포장일기

2020년 01월 26일 일요일 흐림 (가짜 JLPT / 오사카 국제 여자 마라톤)

스틸러스 2020. 1. 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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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인 블로그가 한동안 조금 핫! 했다. 일일 방문자가 700명을 넘어갔고, 이러다가 800명 넘어가겠는데? 할 정도가 됐다. 며칠 그러더니 다시 내리막 타서 지금은 600명 정도? 주말이라 오늘은 방문자가 더 적을 것 같다. 하루에 200명 간신히 넘기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일일 방문자 수도 놀라울 정도이긴 한데, 사람 욕심이 참...
    서브 블로그는 여전히 100명 안팎이다. 일기를 정주행하신 분 덕분에 200명 넘어간 날도 며칠 있긴 한데 어쩌다 있는 일일 뿐.

  • 이번 주 내내 비 올 확률이 50%를 넘어간다. 일요일도 비로 예보되어 있었는데 새벽까지 조금 내리고 말았던 모양. 지금은 하늘이 파랗다. 오늘은 비 올 확률이 없는 듯. 그나저나, 어제 비 한 방울 안 떨어지고 있는데 네일베 일기 예보는 소나기 내리는 걸로 안내하고 있더라.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네일베 일기 예보는 댓글과 더불어 믿고 거르는 게 좋다.

  • 도쿄 올림픽에 나갈 대표 선수를 뽑기 위한 여자 마라톤 대회가 오늘이다. 나가이 얀마 스타디움을 출발해 오사카 공원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 https://sports.yahoo.co.jp/contents/6833 ← 이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중계 중이기에 들어가 봤더니 이미 13㎞를 통과하고 있었다. 서둘러 텔레비전을 켰더니 8번에서 중계 중. 하코넨 역전도 그렇고, 마라톤은 죄다 저 채널에서 중계하는고만.

  • 코스를 검색해봤다. https://www.osaka-marathon.jp/wp-content/uploads/course_route.pdf
    비쇼엔駅을 거쳐 인생 술집 가는 길에 코스가 있다. 이미 지나갔지만 돌아갈 때 그 곳을 지나가게 된다. 대략 통과할 때 쯤 나가볼까 싶다.




  • 그나저나, 구글... 대단하네, 역시. 마라톤 코스를 내가 사는 곳 기준으로 볼까 싶어 켰더니 아무 것도 안 했음에도 바로 마라톤 코스가 표시되고 있었다. 진짜... 쟤들은 맘 먹으면 지구 정복 쯤은 가능할 것 같다.

  • 최근 베트남 사람들이 일본에 엄청 몰려오고 있단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인지라 3D 업종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인데 그런 분위기를 타고 베트남에서 일본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우리 반에도 갓 스무 살이 된 베트남 남자 애가 한 명 있다. 친 누나가 일본에 살고 있는데 일본인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자기도 일본어 배워서 취업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 일본에서 일을 하려면 당연히 일본어로 말하고 듣는 게 가능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서는 N2 정도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 단순 알바를 하려 해도 N4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러 차례의 응시에도 불합격하니까 중국인들이 만드는 가짜를 사서 그걸 낸다고 한다. 원래는 만 円 넘게 받았었는데 지금은 8,000円 정도로 가능하단다. 하... 중국인들, 진짜... 그래. 모든 중국인이 가짜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중국인을 싸잡아 까는 건 무식한 짓이라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저런 일이 쌓이고 쌓여 중국에 대한 악감정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그런 편견과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한 달에 100만원으로 살려면 월세 내고 나서 30만원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하루에 만 원 정도만 써야 한다. 아침 굶고, 점심은 햄버거 세트 가장 싼 걸로, 저녁은 슈퍼마켓 할인 도시락 정도로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한 달 내내.

  •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저건. 게다가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맥주, 물, 즉석 밥 따위를 사느라 20만원 정도 까먹지 않을 수 없다. 여행 다닌답시고 싸돌아다니는 것까지 포함하면... 금전적으로 진짜 위태위태하다.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 하지만 식당에서 서빙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나 1:1 한국어 과외 같은 자리 없으려나? T^T

  • 대충 씻고 교류 센터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책 좀 보고 올 생각이었는데 13시가 넘어가버리니 만사 귀찮아졌다. 가긴 뭘 가냐 싶다. 마라톤 보러도 안 갈 것 같은데. -ㅅ-

  • 집 근처를 통과하는 시간이 대략 14시쯤일까? 글 쓰고 있는 지금 21㎞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데 내가 보러 가려하는 곳은 35~40㎞ 사이의 구간이니까 천천히 준비하고 걸어가면 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보러 나온 사람들 많으려나?

  • 선수들이야 슝~ 하고 지나가버릴텐데, 그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교류 센터까지 걸어가면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문을 닫는다. 한 시간 반 공부하려고 교류 센터에 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마라톤만 보고 오느냐, 교류 센터에 가느냐, 망설이고 있는 중. 그냥 집에서 숨만 쉬는 게 가장 편하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사실이지만. -ㅅ-

  •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텔레비전에서는 2시간 22분 22초에 골인할 걸로 예상된다는 자막이 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일본 대표로 선발되어 올림픽에 나가기 위한 최소 골인 조건이 저 시간이란다. -ㅅ-).




  • 시계를 보니 당장 나가면 얼추 맞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세수도 안 하고 옷만 걸친 채 나갔다. '카메라를 가져갈까?' 하고 다시 집에 들어가려다가 그냥 손전화로 찍을 생각으로 포기.

  • 인생 술집으로 가는 길이라 익숙하긴 한데, 정말 엄~ 청~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다. 그나마 세레소의 경기라도 있으면 가끔이라도 경기장 가면서 지나치기 마련인데 축구 보러 가지 않은 지도 꽤 됐고. 인생 술집은 갈 때마다 만석이라 어느 새 안 가게 됐고. 몇 달 만에 가는 건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인데 익숙한 풍경이 조금 바뀌고 있었다. 걷다 보면 정말 오래 되어 보이는 낡은 집도 나오고, 월세 싸겠다 싶은 맨션도 나오고, 꽤 살겠다 싶은 부촌(?)도 나오는데, 낡은 집들 몇 개가 헐려 나가고 땅 내놓는다는 깃발이 펄럭거리고 있더라. '오래 된 것 = 나쁜 것' 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오래 된 것도 고치고 가꿔가며 유지하는 일본인데, 여기도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올리는 게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당장 내가 살고 있는 곳도 3년 전에는 주차장이었고 그 전에는 2층 주택이었더랬다(구글 지도 보고 알았다. -ㅅ-). 집 주변에 비슷한 높이의 고층 빌딩이 하나 올라가는 중이고, 약간 먼 곳에는 이미 새 맨션이 하나 지어진 상태고.




  • 아무튼. 잰 걸음, 거의 축지 3 수준으로 걸어 코스 근처에 도착했다. 마라톤 때문에 도로를 통제하고 있어서 차들이 좁은 길로 통과하느라 잔뜩 늘어서 있었다.

  • 도착하자마자 텔레비전에서 보던 중계 차량이 보여서 '설마?'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로 뛰던 선수가 쌩~ 하니 지나가더라. 따라 뛰던 꼬맹이들이 얼마 쫓아가지 못하고 "はや(빨라)!" 라면서 포기하더라. ㅋㅋㅋ   집에서 뒹굴거리며 중계로만 보면 얼마나 빠른지 실감이 안 나지. 100m를 19초에 뛰는 속도로 두 시간을 뛴다고 한 게 십수 년 전이니 지금은 더 빠를 거다. 기록이 단축되었으니까.





38㎞ 지점이었다.

  • 선두가 지나가고 2위 그룹, 3위 그룹이 뛰는 것도 봤음 싶었지만 한국 선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하니 그냥 돌아왔다. 오다가 편의점에 들러 보험료랑 가스 요금 내고. 안주 좀 살까 하다가 그냥 왔다.

  •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이미 골인해서 인터뷰하고 있더라.

  • 중계를 볼 때 5위인가로 달리던 선수를 계속 잡아주기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수가 후쿠시 카요코(福士加代子)라는 선수였다. 카메라를 보며 웃기에 대단한 여유고나 싶었는데 그 때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뛰다가 실제로 멈춰서 길 가로 걸어 나갔다. 검색해보니 서른일곱 살의 베테랑이라고 한다. https://cafe.naver.com/marathon114/45543 ← 자세한 정보는 여기. 서른 일곱의 나이에 저렇게 뛸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 아무튼, 피 같은 일요일이 이렇게 또 어영부영 지나간다. 어제 거의 안 마셨으니까 번데기 탕 끓여서 사케나 일 잔 하고 일찌감치 자야겠다. 지난 주는 배구 대회 덕분에 금요일 하루 까먹어서 일주일이 금방 간 기분이었는데 이번 주는 오롯이 5일 다 학교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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