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前

11월 14일의 삽질

스틸러스 2017. 11.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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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 않는 날은 알람 없이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피곤하지도 않고.


이 날은 눈을 떴지만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 한참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더 뮝기적거렸다가는 늦겠다 싶어 잽싸게 씻고 집을 나섰다. 친구 녀석이 추천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정신 병원 하면 미친 ×들이 넋놓고 배회하는 공포 영화의 배경 같은 걸로나 생각했는데... 내가 거기서 상담 받고 약 받아먹을 줄은 몰랐다. 아무튼...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바로 출발. 내비게이션에 학교 찍으니 세 시간 반 걸린다고 나온다. 빈 손으로 갈 수 없어서 마트 들러 음료수랑 커피 좀 사고... 학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있으니 여 선생님께서 유심히 보시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데... 내 전화 벨이 울린다. ㅋㅋㅋ

선생님 안내를 받아 교장 선생님 만나 뵙고... 추천서 수정할 부분 수정하고... 새로 뽑아간 양식(다른 문서에 2018학기 추천서 양식이 있었다.) 드리고 다시 부탁드리고... 그렇게 한 시간 채 머무르지 않으면서 추천서 받고 이런저런 대화 나누다가 밖으로 나왔다. 졸업한 지 20년이나 된 변변찮은 학생인데 느닷없는 부탁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으시고 추천서 써주신 교장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행정실 들러 생활기록부랑 성적 증명서 발급해달라고 했더니 같은 서류라며 엄청 흐릿한 서류를 발급해주신다. 프린터 토너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쇄가 희미하다. 오래 전에 스캔한 자료라서 그 모양이란다. 일단 급한대로 챙기고. 음료수 한 박스 놓고 교무실 위치 물어본 뒤 행정실을 나왔다. 교무실 못 찾아서 헤맸다. 예전 교실이 있던 곳은 안전 검사 결과 위험하다 나왔다고 출입하지 말라는 펫말이 세워져 있었다. 잠시 헤매다가 교무실 찾아 들어가니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안 계시다. 그냥 커피만 두고 나왔다.


그렇게 세 시간 반 운전하고 가서 한 시간도 안 걸려 일을 마쳤다. 포항에 계신 고모한테 전화 드려 이러저러해서 왔다가 간다 하니까 들렀다 가지 그냥 간다며 아쉬워하신다. 들리면 밥 먹고 뭐 하고 최소 한 시간 이상 잡아먹을 거 같아서... 다음 날 출근해야 하니 다음에 들리겠다 하고 그냥 출발. 돌아오는 길도 세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병원에 들러 원무과에 맡겨놓은 건강 검진 서류 받아서 왔다.



집에 오니 힘이 하나도 없다. 운전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한 시간 텀을 두고 일곱 시간 운전하면 확실히 피곤하다. 널부러져 쉬다가... 할 일은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스캔을 시작했다. 한글로 된 문서는 일본어로 번역해서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번역 업체에 문서를 보내야 했다. 단순히 번역만 하는 게 있고 공증까지 받는 게 있는데 당연히 공증까지 받으면 돈을 더 내야 한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내야 하는 것 같아 일단 공증은 안 받고 번역만 하는 걸로 의뢰했다. 검색하니 여러 업체가 나오는데 적당히 맘에 드는 곳 골라서 메일 보내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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