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맑음 (항의 전화는 성과 없이 끝나고 / 월세 낸 날)

스틸러스 2019. 10. 2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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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뛰는 거 보려고 한 시 반에 일어날 생각으로 일찍 잤더랬다. 눈 뜨니 자정에서 30분 지난 시각. '신(身)에게는 아직 한 시간이 있습니드아~'
    한 시간 동안 뜬 눈으로 지새는 게 아쉬워서, 걸핏하면 깨어나는 몸뚱아리를 믿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런데... 다시 일어나 시계를 보니 네 시. -_ㅡ;;;   혹시라도 손흥민이 골 넣었나 싶어 스포츠 뉴스를 확인해보니 골대만 두 번 때리고 끝났단다.

그래도 나는 네 편이야


  • 다시 잤는데 일어나니 여섯 시 반. 한 시간 더 자도 되겠다 싶어 자려고 뒤척거리다 5분에 한 번씩 시계 보면서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닌 최악의 상황을 연출. 간만에 학교 안 가는 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어났다.



  • 샤워하러 갔더니 왼쪽 얼굴에 길~ 게 난 칼자국. 이대로 나가면 굳이 등에 용 한 마리 품고 있지 않아도 야쿠자로 오해 받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젊을 때에는 피부에 탄력이 있어서 베개에 눌린 자국이 금방 사라지고, 나이 먹으면 한나절 간다더니 내가 딱 그렇다. 엎드려 자다가 얼굴에 베개 자국이라도 남으면 아무 일 없이 잔 척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ㅽ
  • 학교 자판기에서 커피 하나 뽑아 마시고, 교실에서 부랴부랴 한자를 외웠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내가 싫어하는 대만 ㄴ은 교실에 들어오면서 인사를 안 한다. 인기척 때문에 고개를 들었을 때 저 ㄴ이랑 눈이 마주치면 그냥 모른 척 한다. 꼬맹이도 인사 안 하고 들어왔는데 최근 내가 반복 교육으로 인사 시키고 있거든. 그런데 저 ㄴ이랑은 말 섞기도 싫어. -ㅅ-
    람보르기니 정도 사준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먼저 인사할 일이 절대 없을 거다. 빰빠밤빠밤빰빠밤~



  • 저 염병할 ㄴ, 오자마자 처 떠든다. 알바도 안 하고 학교 끝나면 칼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구석에서는 주둥이 놀리고 싶어서 어떻게 참는 건지 궁금하다. 그나마 아침에는 좀 조용히 떠드는가 싶었는데 옆에 있는 대만 애들이 떠드니까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이 망할 ㄴ, 어디 촌동네 마을 스피커로 써도 충분할 거다. 내가 대놓고 시끄럽다는 얘기도 하고, 귀에서 피 난다는 농담도 하고, 오른쪽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한다고도 했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긴... 눈치도 오질라게 없는 ㄴ이라서 저 때문에 짜증이 잔뜩 나 있는 상태인데 장난 걸어서 증오에 불타는 내 눈빛을 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닌 ㄴ이니까. 아침부터 짜증스럽기 그지 없다.

이 그림은 저 ㄴ 때문에 가장 많이 쓰는 듯


  • 오전 수업에서는 なくてはいけないなければならない에 대해 배웠다. 지난 주에 Lさん과 Sさん, Cさん이 나한테 뭐가 다르냐고 물어본 거였다. 아는대로 대답을 해주니까 마치 선생님 같다고 해서 은근히 뿌듯해했었는데... 오늘 선생님 설명과 완전히 반대로 얘기했더라.



  • なくては랑 なければ를 비교하고 いけない와 ならない를 비교하고. 앞에 있는 게 주관적인 거, 뒤에 있는 게 객관적인 거라고 하는데 나는 그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거든. '내일이 시험이니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 객관적인 표현은 아니잖아? 주관적인 거잖아? 자신의 다짐이나 결심에 대한 건데.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고, 어느 블로그에서도 그렇게 봤기에 그대로 설명을 한 거였는데 선생님은 반대로 설명하시더라고. 당최 이해가 안 되서 선생님한테 여러 번 질문을 했는데 답변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래도... 조금 더 공부하고, 마사미 님께도 여쭤보고 그래야 할 것 같다. 이건 단순히 메신저로 여쭤보면 안 되고, 오카야마 가서 여쭤보는 게 나을 듯.
  • 점심 시간에는 K군이랑 같이 맥도날드 다녀왔고. 오후에는 모토조노 선생님의 수업. 초반에는 괜찮은 것 같더니 수업 중에 점점 코맹맹이 소리로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감기 걸리신 모양. 금요일에 소주라도 하나 갖다 드려야겠다. 그나저나 8과 진도는 굉장히 천천히 빼는 기분이다. 이 학교 진도 빼는 건 당최 이해가 안 된다니까.
  • 만날 Sさん, Cさん이 교실에 남아 공부를 했는데 어제 전문 학교 면접이 끝나서인지 오늘은 바로 돌아가더라. Lさん네 집에 가서 밥 먹는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데 말하다가 그 얘기가 나와서 급하게 초대하는 느낌인지라 눈치 없이 따라가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빰빠밤빠밤빰빠밤~
  • 수업 마치고, 홈 룸. 앞에서 선생님이 얘기하고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저들 할 얘기 꾸역꾸역 다 하는 애들 보면, 참...



  • 홈 룸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끝나고 바로 우체국에 가서 월세 냈다. 비밀 번호 입력했더니 오류. 다른 거 입력했더니 또 오류. 멘붕 와서 멍~ 하고 있다가 '이건 아닌데?' 하고 입력했더니 그게 맞았다. 제기랄.
  • 교실로 돌아오니 뭔 일인지 담임 선생님 주변을 몇 몇 학생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별로 관심 없으니 내 자리에 앉아서 내일 수업할 부분을 보려다가... 관리 사무실에 전화해야 된다는 걸 떠올렸다.
  • 예전에 뭔 심리학 책에서 본 건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동의나 허가를 구할 경우 바라는 대로 질문을 해야 한단다. 예를 들어 '○○이랑 한 시간 놀고 오고 싶어요.' 라거나 '○○이랑 한 시간 놀고 와도 되요?' 라거나.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거부 당하는 게 두려워서 부정형으로 물어본단다. '놀고 오면 안 되요?' 라고. 그러면 허가권을 가진 사람이 '응, 안 돼!' 라고 거절하기 쉽단다. 놀고 와도 되냐고 물었을 경우에는 안 된다고 하려면 NO라고 대답해야 하니까 부정을 말하는 게 꺼려진다는 게 그 책의 설명. 꽤나 그럴싸 하다 싶었는데... 오늘 바보 같은 질문을 해버렸다. 뭔 소리냐고?
  • 관리 사무실에 전화하니까 벨 소리 한 번 울리고 바로 받더라. 외국인이라 일본어가 서툰데 괜찮냐고 밑밥을 깔고 나서 물어볼 게 있다고 운을 띄운 뒤, '방에서 담배 피워도 되냐?' 고 질문해버렸다. 이 무슨 쪼다 같은 짓인가?
    저렇게 물어보니 당연히 된다고 하지. 특히나 흡연에 관대한 일본인데. 그런데 된다는 답변을 들은 뒤 '3주 전 쯤인가부터 담배 냄새가 나서 괴롭다.' 고 했다. 하아...



  • 방에서 담배 피워도 된다고 한 사람한테 근처의 누군가가 담배 피우는 바람에 냄새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 들, 해결책을 줄 리가 없잖아? 결국 그 쪽에서는 당황하고, 나는 이미 방에서 담배 피우거나 말거나 네 자유다라는 답변을 들었느니 더 말하고 자시고 할 게 없다. 알겠다고, 고맙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ㅽ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담배를 처 피우고 있어서 담배 냄새가 난다. 진짜 싫다. 교실에서는 앞 자리의 Aさん에게 나는 담배 냄새로, 집에서는 옆 집으로 추정되지만 확신을 할 수 없는 담배 냄새로, 몹시 괴롭다. 제기랄.)
  • 내일 수업할 부분을 대충 봤다. 그 와중에 눈치 없는 대만 ㄴ은 담임 선생님이랑 면담 진행. 그리고 얼마 후 교실에는 나만 남았다. 내일 수업할 부분을 봤는데 사역수동 표현이 나온다. 큰 일이다. 걱정이 태산이다. 담임 선생님이 문법에 엄청 강하니까 모르는 게 있음 담임 선생님께 여쭤 봐야겠다.
  • 내일 수업할 부분 대충 읽어보고, 한자도 미리 외웠는데 한 시간 밖에 안 지났더라. 공부하기는 싫고 아이슬란드 여행 정보 알아본답시고 태블릿 꺼내들었다가 만사 귀찮아져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것들이 도착했다는 건 메일을 보고 알았는데 늦게 올 줄 알았던 물도 왔더라고. 낑낑거리고 집으로 모셔왔다.
  • 내일 비 온다니까 호다닥 세탁기 돌렸다. 자기 전에 걷으려고. 자정까지 비 올 확률이 0%인데, 자정에서 여섯 시 사이의 비 올 확률이 60%란다. 뭐가 이래? 싶어 확인해보니 네 시부터인가 비 올 확률이 야금야금 올라가네. 귀찮아서 그냥 잘까 했는데, 자기 전에 빨래 걷어야겠다. 하아...



  • 냉장고에서 고이 썩어, 아니 익어가고 있는 파 김치 꺼내서 후라이 팬에 볶고, 즉석 밥도 두 개 까넣고,(박정희 재단에 꼬박꼬박 후원한다고 해서 기를 쓰고 안 사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게 되는) 팔×의 만능 비빔 소스도 넣고, 참치도 한 캔 쏟아 부었다. 그리고 미소 국 두 개 만들어서 호다닥 먹었치웠다. 지난 번에도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건 밥이 아니라 소 여물이다.



  • 밥 먹고 나서 마이크로 SD 카드 까서 태블릿에 넣은 뒤 전자 책을 새로 다운로드 받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읽겠답시고 다운로드 받았던 책이 300권이 넘더라. 책 욕심이 많아서 한국에 살 때에도 짐 대부분이 책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에 돌아가면 평택에서 살 때처럼 큰 집에서 사는 건 무리일 것 같고... 책은 될 수 있으면 전자 책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 은하영웅전설 』 은 종이 책으로 소장하는 게 당연하겠지만서도. 그러고보니 유학 끝나고 돌아갈 때 일본판 세트 하나 사들고 가야지.
  • 인터넷이 느려 터져서 전자 책 다운로드 받는 게 한나절이다. 백령도에서 MP3 파일 다운로드 받던 기억이 난다. 성남에서는 100Mbps 인터넷이 가능해서 MP3 다운로드 받을 때 클릭하면 바로 끝! 이었는데, 백령도에서는 퍼센트가 툭~ 툭~ 올라가는 게 보여서 놀랬더랬지. 지금이 딱 그 꼴이다. 한국 같으면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도 순식간일텐데. 혹시 모르니 내일 맥도날드에 가서 무료 와이파이로 다운로드 받아볼까 싶다.
  • 한 것도 없는데 벌써 21시가 되어 간다. 『 민더스트리 』 켰다가는 자정이 되서야 잠이 들 것 같아서 그냥 컴퓨터 꺼버려야겠다. 일찌감치 누워서 태블릿 만지작거리다가 자야지.
    메인 블로그 방문자가 300명도 안 될 정도로 떨어져 버린 덕분에 올 해 안에 당연히 누적 방문자 200만 명 넘을 거라는 예상은 깨질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확 줄어버렸네. -ㅅ-
  • 금요일에 하이킹 간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K군 말로는 가는 곳이 나라라고 한다. 13시 조금 넘으면 해산할 것 같은데, 간 김에 風の森나 사들고 와야겠다. 따뜻하게 먹으면 좋을 사케도 추천해달라고 해서 한 병 사들고 오고.










  • 문득 든 생각인데, 요즘 불평 불만이 부쩍 는 것 같다. 배가 불러서 그런 듯. 궁시렁거리지 말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면서 즐겁게 살아야겠다. 그리고 요즘 일본어가 늘지 않아서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그것도 JLPT 교재로 공부하면서 좀 풀어야겠다. 난 옛날 사람인지라 시험 공부 하듯이 하는 게 그나마 편하더라고. 아무튼... 작작 궁시렁거리자는 다짐!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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