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08월 23일 금요일 狂天 (9월 베트남은 물 건너 가고... / 좋은 사람들)

스틸러스 2019. 8. 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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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20시가 조금 넘어 드러 누웠다. 자다 깨서 시계를 보니 23시. 빈둥거리다가 다시 잤다. 여섯 시 반에 일어났는데 빈둥거리다가 평소보다 늦게 집을 나섰다.
  • 비가 온다고 했는데 그냥 흐리기만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산을 챙겼더랬지. 수업하고 있는데 밖에서 천둥 소리와 함께 요란한 빗소리가 들렸다. 손전화가 부르르~ 떤 걸 보면 제법 많은 비가 내린 모양이다.
  • 다행히 점심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한, 두 방울 떨어지긴 했지만 그 정도는 뭐. 언제나와 같이 맥도날드에 갔고, 커피만 시켜서 먹어야겠다는 다짐과 달리 치킨 너겟 열다섯 조각 시켜서 다 처먹고 왔다.
  • 오후 수업 듣고. 4교시 끝난 후 모토조노 선생님께 멜론 젤리? 푸딩? 아무튼, 홋카이도에서 사들고 온 과자와 열쇠고리를 넣은 쇼핑백을 전달. 그러고보면 방학 때 어디 다녀왔다고 과자 돌리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는데, 난 선생님들한테 뭔가 드릴 생각만 했지 친구들한테 돌릴 뭔가를 생각하지 않았다. 뭐, 가방 무거워지는 게 가장 싫었으니까. 선생님들 선물도 간신히 들고 왔는데. 아무튼, 친구들한테는 과자 적잖이 받았는데 나는 선생님한테만 선물 드리는 게 좀 눈치 보이긴 했다.
  • 다음 주 월요일 수업의 예습을 하려면 수업 일정표가 필요한데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다음 주에 수업할 내용이 없다. 그래서 2층에 갔다. 학생들이 바글바글. 그 와중에 한국어를 하는 스태프가 한가하기에 눈 마주쳐서 스케쥴 표 얻을 수 있냐고 물어 봤다. 잠시 헤매더니 선생님을 불러 주신다. 선생님이 스케쥴 표를 복사해서 주셨는데 교실에 붙여 놓을 수 있겠냐고 물어 보신다. 집에 가지고 갈 생각도 아니었으니까 그러겠다고 해서 복사한 걸 받았다.
  • 교실 벽에 압정으로 고정 시키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고맙다고 메시지가 왔다. 뭘, 그 정도 가지고. ㅋ
  • 교실에 앉아 Q군과 노가리 까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이 등장. L군과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홋카이도 다녀온 것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지 않게 나눴다. 2C와 진도가 같아졌는데 다음 학기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더니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반이 섞일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테스트를 엉망진창으로 말아먹지 않는 이상 3D로 갈 것 같지만 선생님은 3E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지금 내 실력이 월반할 수준이 전혀 아닌데. 안 떨어지면 다행이지.
  • 2B에서 올라오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서 Fucking Guy 얘기하면서 '걔는 정말 싫다!' 고 얘기했다. 만에 하나라도 걔랑 같은 반 되면 낮은 반으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 옮길 거다.
  • 지난 번에 Q군에게 물어 봤을 때에는 9월에 베트남 간다더니, 오늘 물어보니까 12월에 간단다. 이런... 9월에 베트남 가고 12월에 아이슬란드 가려는 계획이 다 어긋났다. 12월에 아이슬란드 가려고 한다니까 주위에 있는 대만 처자 셋(에게 포위 당한 자리다. -ㅅ-)이 다들 부럽네 어쩌네 하면서 한 마디씩 한다. 아무래도 나는 나이 많은, 돈 많은 아저씨의 포지션인 모양이다. 니들 나이 때 온갖 굴욕을 견뎌가며 회사 다닌 덕에 지금 은행 빚 내서 유학하고 있다!
  • 집에 돌아왔다. 밖은 시원한데 방이 더 덥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땀이 줄줄줄. 아이스크림 하나 먹은 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다시 학교로 출발. 오늘 오후에 나카모토 선생님에게 홋카이도에서 사들고 온 와인을 드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 17시 30분 쯤 퇴근할 것 같다고 하셨지만 일찍 끝날 수도 있고, 내가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시간 동안 기다리셔야 할지도 모르니까, 미리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와인을 들고 가면 다 식겠지만 오후에는 코딱지만한 아이스 팩으로도 버틸 수 있을테니까.
  • 그런데... Q군과 노가리 까느라 메시지 온 걸 몰랐다. 수업 중에 울리면 안 되니까 만날 진동으로 해놓는데 그 덕분에 메시지 놓칠 때가 수도 없다. 수업이 끝나면 벨소리 모드로 바꾸는 걸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수업 전에 진동 모드로 바꾸는 걸 잊으면 수업 중에 소리가 날 수 있다. NFC 센서 이용해서 자동으로 벨소리/진동 바꾸는 게 있던데 GPS 이용해서 자동으로 바꾸는 건 안 되나? 기술적으로는 가능할 거 같은데?
  • 그나저나... 엑스페리아 1은 한국에서 정식 출시를 안 했단다. 할 계획도 없고. 일본에서 한 방에 기계만 살까 싶었는데 일본 애들도 기계만 팔지는 않나 보다. 100만원 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게 홍콩에서 역수입한 거다.
  • 아무튼. 다행히 나카모토 선생님이 학교에서 출발했다고 메시지 보낸지 10분도 안 되어 메시지를 확인해서, 죄송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짐을 두고 왔다며,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하신다.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가니 이미 도착하셔서 기다리고 계시더라. 어찌나 죄송한지.
  • 가지고 간 와인을 드렸더니 뭔가 준비하셨는지 나한테 주시더라. 술 마실 때 쓰라고, 좋아하는 거라고. 그래서 안주일 거라 생각했다.

비가 어찌나 거세게 오는지, 하루카스가 안 보일 지경. -ㅅ-








  • 짧게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는데... 집에 와서 받은 걸 확인하니 손으로 만든, 수제 사케 잔이다. 일본에서 수제 잔이 얼마나 비싼지 아니까... 괜히 홋카이도에서 선생님 선물 사왔다고 메시지 보냈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드린 거 다 합쳐도 이 정도는 아닐텐데 싶어서 엄청 죄송스러웠다.
  • 오카야마에서 나카모토 선생님 드린답시고 와인 사니까 마사미 님이 그 선생님이 뭘 주셨냐고 물어보시더라. 수업해주셨다고 하니까 이미 학교에 수업료 내는데 수업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 아... 그것도 그런데... 나카모토 선생님은 수업을 정말 열심히 하신다는 인상이 있으니까.
  • 가르쳐 본 사람은 안다. 노력을 하는지 대충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하는지 다 보인다.
  • 내가 학원에서 일할 때, 세 과목으로 나뉘어진 워드 프로세서 과목 중 1 과목에서만 점수가 안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2, 3 과목 점수는 충분한데 1 과목에서 계속 과락이 나는 거다. 그래서 그 학생을 위해 3년 동안의 기출 문제 중 1 과목만 따로 편집을 했다. 받는 사람은 그런가보다 하고 말겠지만 일일이 복붙하고 편집하는 일이 은근히 귀찮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 내 기준에는 충분히 이해할 것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다는 눈빛이기에 일일이 자료 검색해서 내 돈 들여 인쇄하고, 복사하고,... 뭐, 그렇게 했었다. 뭔가 대단한 사명감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니다. 가르치는 게 재미있었고, 헤매던 애들이 내 수업 듣고 감 잡아서 성과를 내면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래서 아는 거다. 내가 그렇게 해서 애들 가르친 적이 있으니까, 나카모토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인지 보이는 거다. 물론 이카와 선생님이나 모토조노 선생님도 열심이긴 하지만서도.
  • 아무튼. 집에 돌아와서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손전화에서 요란한 알람이 운다. 비 온다고. 웃기고 있네. 하늘에 구름도 거의 없고만은.
  •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엄청난 빗소리가 들린다. 커텐을 걷고 밖을 보니 앞이 뿌~ 옇다. 그 정도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열었더니 안으로 비가 들이칠 정도로 바람도 강했다. 천둥도 치고.
  • 문을 열어 놓으면 비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조금만 열어 놓고 맥주 마셨다.
  • 빨래를 널어야 하는데 비가 오니까 방 안에 널었다. 그리고 맥주 마저 마셨다.
  • 내일은 자다 일어나서 교토에 갈 예정. 지금까지 가 본 적 없는 교토의 관광 명소 한, 두 군데 들리고 숙소 체크 인 한 뒤 빈둥거리다가 축구 보러 갈 생각이다. 포항 유니폼 입고 갈 건데 양동현 선수가 알아볼지 모르겠다. 뭐... 멀리서나마 검빨 유니폼 보고 힘이 났으면 좋겠다.
  • 배는 안 고픈데 입이 영 심심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것저것 많이 처먹었으니 오늘은 그냥 자야지.
  •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구독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하루 1,000명 가까이 오는 메인 블로그도 아직 구독자가 한 명도 없는데... 100명도 안 되는 서브 블로그에 몇 시간 간격으로 구독자가 두 명 생겼다. 보통 이런 경우는 광고쟁이들이 들러붙는 거라 의심스러워서 구독자 블로그를 한 군데 가봤는데 이상한 분위기는 아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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