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08월 18일 일요일 맑음 (벌써 18일이라니...)
스틸러스
2019. 8. 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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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 오아시스에 가서 소고기를 두 팩 사들고 왔더랬다. 어느 부위인지 모르겠지만 생긴 건 차돌박이 같았다. 『 맛있는 녀석들 』 보고 고기가 훅! 땡겨서 사들고 온 건데 에비센 한 봉다리 먹고 잔 것 때문인지 배가 빵빵해서 밤 늦게까지 냉장고에 그대로 있었다.
- 뭔가 날짜를 넘기면 안 될 것 같아서 22시가 넘어서 고기를 굽기 시작. 한 입 크기로 잘려 있는 줄 알았는데 길쭉~ 하다. 집에는 식칼이나 가위가 없고. 그래서 그냥 구워서 밥그릇에 대충 담았다.
- 접시에 참기름 쪼로록~ 따르고, 소금 뿌려서 소금장 만들었다.
- 술은... 예전에 오카야마의 와인 공장에 갔을 때 사들고 왔던 와인. 나카모토 선생님은 달지 않은 와인을 좋아한다지만 나는 포도 주스 수준의 단 녀석이 좋으니까 단 걸 사왔었다. 맥가이버 칼에 있던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뽑아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별 일 없이 잘 뽑아냈다.
- 맥주 잔에 콸콸콸 따른 뒤 한 모금 마셨는데... 내가 생각한 맛과 다르다. 그렇지. 난 단 맛 나는 와인이라고 해서 델몬트 포도 주스 생각한 거다. 좀 더 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와인 디켄터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
- 유튜브를 통해 그런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6월에 한국 가기 전에 주문, 배송된 걸 들고 왔었더랬다. 그걸 꺼냈다. AAA 건전지 두 개를 넣어야 하기에 안 쓰는 건전지를 찾아 끼워 넣고 작동시켰다. 보통 2분 정도 디켄팅하면 맛이 확~ 달라진다기에 기대하면서 2분 동안 기다렸다.
- 먼저 따라던 것을 마시고 고기도 안 먹었다. 맛의 차이를 느껴보려고. 그리고 나서 디켄팅한 걸 마셨는데... 차이가 없다. 아니,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입맛이 저질이면 디켄팅이고 나발이고 없는 모양이다.
- 아무튼... 방바닥에 홀로 앉아 맥주 잔에 따른 와인을 소고기와 함께 먹었다. 소형 드론이라도 띄워 위에서 찍었으면 진짜 궁상도 이런 지지리 궁상이 없었을 듯. 뭐, 어떠냐. 보는 사람도 없는데.
- 설거지도 안 한 채 자려고 드러누웠는데 속이 영 안 좋다. 하지만 안 먹던 와인 먹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억지로 잤다.
- 새벽에 깼을 때에도 속이 불편했지만 참았다.
-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와 조우하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 아오지는 않았다. 딱히 어딘가에 힘주지 않아도 체중 감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영 불편했다. 불 내리고 이부자리로 돌아가다가 급하게 U 턴! 이번에는 위로 쏟아냈다.
- 고기를 덜 구운 건지(하지만 소고기는 핏기만 가시면 먹는 거라며!), 와인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무튼... 자기 전에 먹은 것 때문에 탈이 난 게 분명하다.
- 나는 스스로의 나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자꾸 옛날 생각하면서 '이 정도는...' 하다가 다치거나 망가지는 경우가 꽤나 자주 있다. 예를 들어 '20대 때 이 정도 뛰는 건 일도 아니었지.' 하고 무리해서 뛰다가 쥐 나서 쓰러지거나 숨이 턱에 차서 허리 접고 왝왝거리거나. 몸뚱이는 늙어가는데 머리는 성숙하지 못해서 오는 부작용이다. 그러고보니 뭘 먹고 소화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전에는 별로 배탈나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먹으면서 뭔가 께름칙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탈이 난다. 그나마 집에 있을 때 그랬으니 다행이다. 어디 나가 있을 때 배탈나면 몹시 피곤해진다.
- 음... '음식 잘못 먹고 탈 나서 설사하고 오바이트 했다.' 의 열아홉 음절이면 될 것을 백 줄 이상으로 늘려 쓴 거다. 학교 다닐 때 셀 수 없이 써댔던 반성문 덕분에 말 질질 늘리는 건 기똥차게 잘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구만.
- 배탈 때문에 잠을 설친 덕분에 밝아진 뒤에도 안대 뒤집어 쓰고 다시 잤다. 일어나니 열 시가 넘었다. 최근에는 계속 이런 패턴이다. 새벽 세 시에 한 번 깨고, 일곱 시에 한 번 깨고, 열 시에 일어나는. 개학이 나흘 뒤로 다가왔는데 이런 방구석 폐인 생활이 몸에 익어버려서 큰 일이다.
- 그러고보니 벌써 18일이다. 방학은 21일까지. 놀 수 있는 것도 3일 밖에 안 남았다. 26일이 테스트인데 담임 선생님이 만든 문제를 푸는 거니까 100% 듣기 문제 나올 거다. 아는 단어조차 다 까먹고 듣는 건 더 엉망이 됐는데 큰 일이다. 게다가 24일은 교토에 가서 자고 온다.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교토에 원정 오거든. 양동현 선수 응원하려고 포항 유니폼 입고 축구장 갈 거다. 어제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도 미리 예약해놨다. 다녀오면 너덜너덜할 거 같은데. 가이드 북 뒤적거려서 안 가본 곳 위주로 좀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숙소 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 벌써 열두 시가 넘었다. 오늘도 방구석에서 안 나갈 것 같다. 이래도 되나 싶다. 어디 산책이라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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