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05월 30일 목요일 맑음 (대출 신청, 그 험란한 여정)
스틸러스
2019. 5.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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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성격 상 여기저기 ○와 ×로 대체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솔직이고 나발이고, 개인 금융 관련 정보를 다 깔 수가 없으니까.
- 나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먹고 잘 살아도 나 혼자 그러면 되는 거고, 쫄쫄 굶고 고생해도 나 혼자 그러면 되는 거라서 악착같이 저금하고 그러지 않았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면서 살았다. 그 때문에 직장 생활을 10년이나 해놓고도 모아 놓은 돈이 개뿔 없다.
- 일본에 오기 전에 보증금 1억짜리 집을 뺐다. 5,000만원은 은행에서 빌린 돈이라서 고스란히 갚고, 여기저기에서 빌린 돈이 얼추 1,000만원 가까이 되기에 그것도 다 갚았다. 남은 게 4,000만원 조금 더 되는데 그 중 3,000만원이 엄마한테 빌린 돈이다. 병원비로 얼마를 까먹고 나머지로 유학 자금을 하려고 했는데 엄마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빌린 돈을 고스란히 갚아버렸다. 그랬더니 수중에 남는 게 2,000만원도 안 되더라. 이미 엎질러진 물, 그걸로 유학을 시작했다.
- 일본에 오자마자 부동산 계약하고 어쩌고 하느라고 400만원 정도 까먹고,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학비 내고 생활비 쓰고... 모아 놓은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당장이라도 아르바이트 해도 모자랄 상황이었지만 몹시도 건방지게 여유를 부렸다. 나에게는 은행이 있다. 제1금융권에서 돈 빌리면 된다. 전세로 집 얻는다고 은행에서 5,000만원 빌릴 때 이미 경험했다. 사인 수십 번 하니까 그냥 턱! 빌려주더라. 대체 내 어디를 믿고. 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돈 빌려서 쓰고 유학 끝나면 회사로 돌아가 다시 노예 생활하면서 갚으면 된다.
- 그런데...
- 믿고 있었던 ○○○○○○○○○에서의 대출이 불가능하다. 응?
- 이게 뭔 일인가 싶어 확인해봤다. 2014년에 대출 받은 게 있는데 만기 일자 늦춰 가며 한 달에 얼마씩 나눠 갚다가 유학 오기 전에 전부 다 갚아버렸었더랬다. 그런데 전액 상환 여부와 무관하게 한 번 대출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대출이 안 된단다. 이건 무슨 경우냐. 어이가 없네. 연체 한 번 한 적 없고 이자까지 꼬박꼬박 잘 건네줬건만.
- 매 월 ×××이랍시고 얼마씩 떼어간 돈이 10년 넘게 쌓여 ○○만원이 됐는데, 그 돈을 만질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 다음 방법으로 ○○○○○에서 대출 받는 방법을 알아봤다. 가능한 액수가 ○○만원 밖에 안 된다. 그 정도 대출 받아봐야 부족할 거다.
- 저 두 곳이 시중 은행보다 금리가 저렴했기 때문에 이용하려고 한 건데, 두 군데 모두 불가능.
- 어쩔 수 없다. 그냥 은행을 통해 대출 받는 수밖에. 은행을 이용하려면 또 온갖 염병할 플러그 인을 다 깔아야 한다. 아오, 짜증나.
- 주거래 은행에 들어가니 우대 조건이 붙은 대출 상품이 있더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니 ○○○○○○○○○에서 뭔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더라. 그걸 온라인으로 곧장 보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해당 은행 홈페이지로 연결이 된다. 이것저것 입력하고 진행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 자꾸 오류가 난다. 답답한 마음에 채팅 상담을 이용해봤지만 아무 짝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에 다시 접속해서 서류를 다시 보내고, 처음부터 아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다시 했다. 그 와중에 내가 1년에 얼마 버는지 몰라서 원천징수 어쩌고 하는 서류 확인하느라 또 한참을 까먹고.
다행히 이번에는 오류가 안 나고 잘 되는가 싶더니... 강화된 본인 확인 절차라면서 ARS로 전화 한단다. 일본 전화로는 당연히 안 되고, 한국에서 쓰던 번호로 전화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장기 일시 정지를 걸어놓은 상태.
- 부랴부랴 통신사 앱을 통해 일시 정지를 풀었다. 자동으로 로밍 차단하는 상품에 가입해뒀기 때문에 그 것도 풀었다. 그런데도 로밍이 안 된다. 은행에서는 자꾸 ARS로 연결된다면서 오류 메시지만 띄우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헤매면서 어찌 어찌 해결했다. 로밍이 되어 소프트뱅크 망으로 연결이 되니까 바로 전화가 오더라. 걸려온 전화에서 시키는대로 했더니 대출 신청이 완료 되었단다. '이제 심사랑 승인 기다리면 되는 건가? 혹시라도 승인 안 나면 어떻게 하지? 접시 닦아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 혹시나 싶어 잔액 확인하니까 신청한 금액이 고스란히 통장에 꽂혀 있다.
- 아... 내 기준에서는 엄청나게 큰 돈인데... 저 큰 돈을 심사고 나발이고 할 것 없이 서류 몇 장과 공인 인증서만 가지고 줘버리는고나. 하긴... 진짜 돈 만지는 냥반들에게는 같잖은 푼돈일테지만.
- 아무튼, 유학 끝날 때까지 일 안 해도 될 돈을 마련했다. 분할 상환이 안 된다. 1년 뒤에 갚아야 하는데 당연히 1년 뒤에 그 돈을 갚을 수 있을 리가 없다. 10년까지 연장이 된다고 하니까 유학하는 동안에는 연장하고, 회사로 돌아가서 일하기 시작하면 분할 상환되는 대출로 바꿔 타야겠다. 한국 돌아가면 차 산다고 또 바로 대출 받아야 할텐데, 이래저래 빚만 늘어나겠고만. ㅋㅋㅋ
- 남들은 집 산다고 대출 받는 나이에, 해외에서 놀고 먹기 편하려고 대출 받았다. 원래 ○○만원 정도를 빌릴 생각이었는데 매 월 빠져나갈 이자라던가 이런저런 걸 고려해서 무려 ○만원이나 더 대출 받아버렸다. 고로... 바이크 사는 게 가능해졌다. 이렇게 된 거, 일본 면허 받아서 중고 바이크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다니는 동안 방학 때 여기저기 여행 다니자는 다짐도 더욱 확고해졌고.
- 내가 나 자신을 봐도... 참 대책없이 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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