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4월 16일 화요일 맑음 (18과 테스트)
평소보다 30분 일찍 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아침에 게으름 피우다가 늦어 버렸다. 그래도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나갔다. 항상 같은 시각에 같은 거리를 걸어 가니까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10분 일찍 나가니 그 사람들을 전혀 못 만나게 되더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고, 그저 날마다 얼굴 보는 사람 정도인데 못 보니까 아쉽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별로 안 아쉬운데 '친구들이랑 우메다에 간다면 100% 길거리 캐스팅 될 거' 라 생각되는 예쁜 중학생을 못 보는 게 아쉽다. 아니, 그러니까! 흑심 뭐 그런 게 아니고! 아니, ㅽ 첫 사랑이랑 사고 쳐서 애 싸질러 낳았으면 걔가 언니 소리 들을 건데 무슨. 그냥~ 예쁘장하게 생긴 참한 소녀를 못 보니까 아쉽다~ 이거지.
아무튼.
1교시에 한자 테스트. 슬슬 담임 선생님 스타일을 알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은 한자 테스트에 예외가 없다. 딱 낸다고 한 것만 낸다. 예상 문제를 벗어나는 뜬금 없는 문제는 내지 않는다. 쉐도잉도 금방 끝나고. 2교시는 당연히 복습을 할 줄 알았는데, 바로 시험 본단다. 응?
2교시가 시작되고 바로 18과 테스트. 18과를 만만하게 봤는데 시험지를 받으니 느낌이 다르다. 거기에다 기존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선생님이 불러주는 걸 받아 쓰는 시험으로 시작한다. 첫 시험이니까 그래도 글씨 예쁘게 쓰겠답시고 몇 번을 지웠다 썼다 하며 시간 잡아먹다 보니 끝날 시각이 다가온다. 글씨 막 날려가며 부랴부랴 썼다. 쓰면서도 이게 답이 아닌 걸 아는데, 그냥 비워두기 아쉬워서 꾸역꾸역 썼다.
시험지 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수업 끝나려면 아직 10분이 남았다. 그 10분 동안 사역형 쪽지 시험을 보더라. 사역형도 어렵지 않으니까, 뭐~ 라 생각하며 자신 만만하게 썼는데, 다 써서 내고 난 뒤 교과서를 봤더니... 망했다.
'させられます。' 를 하도 써대서 그런가 Ⅰ 그룹, Ⅱ 그룹 동사 관계없이 죄다 'させます。' 로 써버렸다. Ⅱ 그룹만 그렇게 써야 하는데. 결국 형편없는 점수가 나왔다. 쉽다고 우습게 보다가 한 방 제대로 먹었다. 아무튼, 18과는 부분 점수 받는다고 해도 80점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건방 떨다가... 에이, 씨.
3교시에는... 뭐 했지? 아, 듣고 문제 푸는 거 했다. 그러고보니 2학년 되고 나서부터는 유난히 듣고 푸는 쪽을 많이 시키는 것 같네.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 가려고 나갔다가 그냥 한 바퀴 빙~ 돌고 왔다. 딱히 커피 생각도 안 나고, 배도 별로 안 고픈데다, 시간만 때웠음 싶어서. 날씨가 좋으니 산책하기 딱 좋더라. 한 바퀴 돌고 교실로 갔는데 수업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다른 반 학생들이 막 몰려 들어온다. 떠밀리듯 내가 수업 받아야 할 교실로 옮겼는데 여긴 밥 먹는 애들이 잔뜩.
원래 앉던 자리에 누가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자리에 앉았는데 지난 주에 앉은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버리는 바람에 맨 앞, 화이트 보드가 잘 안 보이는 자리에 앉게 됐다. 거기에다 더럽게 떠들면서 입만 열면 Fuck, Fuck 거리는 양키 ㅺ가 수업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들어오는 바람에 짜증 만땅! 그래도 한 소리 들었던 모양인지 지난 주보다는 덜 시끄럽다.
그래도 시끄러워. 제발 좀 닥쳐, ㅽㅺ야
오늘 교과서를 받아야 다음 주 수업을 예습할 수 있을텐데,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단다. 그나마 JLPT N4는 쉽지만 그래도 예습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수업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 오다가 편의점 앞에서 안주 좀 사들고 올까 하다가,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낮술 먹는 건 좋지 않다 싶어 그냥 왔다. 빨아야 할 것들이라고 해봐야 티셔츠랑 속옷, 양말 한 켤레, 수건 정도가 고작이지만 날씨가 좋으니 세탁기를 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세탁기 돌리고 그동안에 라면 하나 먹은 뒤 밥까지 말아 먹고 빨래 널었다.
이대로 집에 있으면 또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게 된다. 운동도 할 겸, 공부도 할 겸, 교류 센터에 가야겠다. 17시까지 도착해서 세 시간 정도만 공부하고 돌아와야지. 수업 마치고 바로 집으로 와서 빈둥거리는 버릇을 들여버렸더니 학교에 남아서 공부도 안 하고, 엉망진창이 됐다.
아! 오후의 쉬는 시간에 모토조노 선생님이 골든 위크 때 뭐할 거냐고 물어 보더라. 어디를 가도 사람 많으니까 나라나 고베 정도 다녀올까 싶다고 했다. 선생님은 어디 갈 거냐고 했더니 나가이 공원의 고기 파티에 가고 싶단다. 응? 그게 뭐야? 부랴부랴 검색해보니... 있네? 유명한 고기 요리를 야타이 같은 곳에서 파는 모양이다. 호오?
교류 센터 다녀와서 좀 더 검색해봐야지. ㅋ 일단은 공부하러 간다. ...... 고 했지만 안 가고 퍼질러 잤음. -ㅅ- 끝.
이라고 했지만, 한 잔 처먹고 몇 자 더 적고 자련다.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를 종종 묻는다. 일본의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친구도 있고, 요리 전문 학교에 가겠다는 친구도 있고, 이런저런 희망들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직장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선택한 유학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정 당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저 따위 ㅺ는 사람 취급 못 하겠다 싶은 것들과 같이 일해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는 살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하루, 이틀 쉬는 걸로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입은 데미지. 길게 쉴 수 있는 방법 중 유일한 것이 유학 휴직이었다. 유일한 해외 여행지였던 일본을 선택한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1년 6개월을 허가 받았지만 2년을 예상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벌써 6개월이 지났다. 1, 2년만에 능숙해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미 여러 나라의 말을 하고 있었겠지. 다만, 일본 유학을 마치기 전에 JLPT N2를 따고 싶다는 욕심 정도만 있다. 같은 반에는 이미 저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나는 급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가려고 한다. 죽기 전에 JLPT N1 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마치자마자 집에 돌아와서, 딱히 뭔가 하지도 않으면서 시간만 까먹는다. 그 시간 까먹는 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뭔가 추억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좋겠지만 혼자 방에서 빈둥거리는 게 전부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자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 핑계로 자신에게 너무 과한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조금 더 스스로를 조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고 싶지 않지만, 적당한 자극과 압박은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방학 때, 쉴 때 실컷 놀자. 학교 다니는 동안은 스스로를 좀 더 다그칠 필요가 있다. 마음 독하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생각으로 그치니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