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4월 11일 목요일 맑음 (처음으로 불려(?)간 날 / 숙소 예약 완료!)
피곤하다는 이유로 벌~ 건 대낮에 자발적 혼수 상태에 돌입하는 짓 따위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낮에 한 시간 조금 넘게 잤는데 그것 때문인지 밤에 잠이 안 와서 혼~ 났다. 21시에 자겠답시고 드러 누웠는데 자정이 넘어서까지 못 잤다.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힘겹게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지도 않다. 몸이 무겁다.
오늘은 커피 대신 홍차를 한 잔 마시고 학교로 출발. 나보다 먼저 와 있던 L군이 뭐라 뭐라 한다.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기에 이어폰을 빼고 그 쪽을 쳐다 보니 '한국인 신입생 중 한 명이 내 블로그의 글을 보고 우리 학교에 왔다는데 알고 있냐' 고 물어 본다. 응? 내가 들은 것과 뭔가 다른데? 난 '학교를 선택한 후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 찾아보다가 블로그를 보게 됐다' 고 들었는데 L군은 나 때문에 우리 학교를 선택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ㅋㅋㅋ 설마.
우리 학교에 무척 만족하고 있긴 하지만 블로그에 쓴 몇 안 되는 학교 관련 글 때문에 메릭 대신 우리 학교를 선택한다는 건 오바가 아닐까 싶은데. 거기에다 그 분은 여자 친구가 일본인이고 결혼까지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더만은. 어차피 일본에 오실 거, 내 글을 참고한 것 뿐이겠지. ㅋ
아는 사람이 블로그를 본다고 하면 뭔가 위축된다. 쫄게 된다. 곧이 곧대로 못 쓰고 포장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 싫어도 ×가 내 블로그를 본다는 걸 알게 되면 걔가 싫다는 글은 못 쓰게 된다. 하지만 블로그에 일기 쓰면서 이미 적당히 포장하고 적당히 가릴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되거나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내 블로그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대부분 아군이다. ㅋ
메인 블로그와 서브 블로그의 일일 방문자가 반토막 났는데,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 아니, 그걸 넘어서서 하루에 한 만 명씩 들어와서 나도 광고 붙여 부가 수입이라도 생겼음 좋겠다.
6개월 동안의 학교 생활에 있어 처음으로 남자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는 날이다. 인상 좋은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내게 쪽지를 전해 주신다. 응? 이게 뭐야? 지각, 조퇴, 결석 한 번 없어서 그동안 사무실에 한 번도 불려(?) 간 적이 없는 모범생인 나에게 어찌 출두 명령서가 전해진단 말인가?
점심 시간에는 커피 마시러 가고 있는데 K군에게 같이 가자는 메시지가 왔다. 잠시 기다렸다가 같이 맥도날드에 갔다. 가는 도중에 K군이 어제 텐노지 역에서 사고 목격했다는 얘기를 한다. 전철이 요란하게 경적 울리면서 들어왔고, 사람들이 비명 지르고, 구급 대원들이 막 와서 천막으로 가리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일본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별 경험을 다 하는고나(검색해보니 자살 여부 및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뉴스가 있다. 전철 운전하는 사람은 무슨 죄냐. 에휴... -ㅅ-).
햄버거 세트 시켜서 수다 떨며 먹은 뒤 교실로 복귀. 오늘은 선택 과목 수업도 우리 교실에서 있기에 내 자리에 앉았다. 일부러 책 올려놓고 갔는데, 참으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내 왼쪽 앞 자리의 어린 처자는 다른 사람이 자기 자리에 앉아 버리는 바람에 옆 자리로 옮겨야 했다. ㅋㅋㅋ
오늘 선택 과목 수업은 JLPT N3 독해인데 모르는 단어가 마구 나온다. 하지만 눈치로 밥 먹고 산 세월이 얼마더냐. 대충 찍으니 얼추 맞는다. 하지만 막판에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간신히 반타작.
수업 끝나고 곧장 2층 사무실로 갔다. 왜 불렀나 했더니, 봄 방학 전에 쓴 앙케이트 때문이었다. 그 때 대만 ×들이 중국어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통에 엄청 스트레스 받는다고 썼었거든. 그건 학교 입장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 괜찮다고 했다. 지금은 반이 바뀌어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 문제는 어찌 어찌 해결이 되었지만 내 유학 기간은 문제가 되니까... 그걸 해결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 올 해 12월 전에 1년 6개월로 되어 있는 유학 기간을 2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처리해주겠다는 답변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촥! 촥! 촥! 촥! 걸어서 집으로 가다가 멈칫! 학교 바로 코 앞에 퍼스트 캐빈이 있는데 거기에서 NHK BS Premium을 볼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4월 20일에 ZARD 특별 방송이 있는데 열흘도 남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뭔가 견학하는 분위기의 사람들이 한 떼 몰려 있다. 바로 카운터로 가서 '질문이 있다', '방에서 NHK BS Premium을 볼 수 있느냐?' 고 물어봤다. NHK BS는 볼 수 있는데 프리미엄은 잘 모르겠단다. 그러더니 확인해보자고 한다. 로비에 있는 텔레비전과 같다면서. 그러더니 로비의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NHK BS 1이라고 나오는 채널을 보면서 이거 맞냐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채널을 다시 돌리는데... 오른쪽 위에 NHK BS プレミアム라고 쓰여 있다.
바로 이번 달 20일에 예약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카운터로 가자고 한다. 그 뒤로는, 뭐. 쭉쭉. 일사천리. 퍼스트 캐빈은 처음이냐고 하기에 '난바에서 묵어본 적 있다' 얘기하고, 숙박부 쓰고, 카드 결제 된다고 해서 카드 긁었다. 방 값은 5,900円인데 세금 붙어서 74,000원 정도 나온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집에서 안 나오는 채널 보겠답시고 캡슐 호텔 예약하는 나란 남자.
방송 내용에 한글 자막 붙어서 DVD라도 나왔음 좋겠다. 아니, 자막 없어도 되니까 DVD 나왔음 좋겠다. 그럼 두 개 사서 하나는 내가 갖고 하나는 CH 선배 주면 되는데. ㅋ
날씨가 좋아서 '빨래해야한다!' 는 생각으로 잽싸게 집으로 돌아왔다.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 좀 사오려고 했는데 신호빨이 안 맞아서 그냥 왔다. 한국 음식 가게에서 신라면 다섯 개 들이 한 봉다리 사들고 왔다. 바로 세탁기 돌리고, 디퓨저에 물이랑 아로마 오일 섞어 채우고, 일기 쓰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번 경험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또 시도하는 게 집에서 공부하는 거. 집에 들어오기 전에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정신 차리자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한들, 신발 벗는 순간 만사 귀찮아진다. 숙제는 어찌어찌 억지로 한다만, 공부는 전혀 안 한다. 이럴 거면서 책상은 왜 샀고, 스탠드는 왜 샀나. -ㅅ- 오늘만큼은 미리 예습을 좀 했음 싶지만 그 생각은 개구리 눈알 만큼의 시간만에 사라지고, 지금은 일기 다 쓰고 낮술을 마실까 고민 중이다. 며칠 안 마셨으니까.
일단 일기 마무리하고, 빨래 널고, 맥주 일 잔 해야겠다. 공부는... 주말에 하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일단 오늘은 편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