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04월 10일 수요일 비옴 (손흥민의 골 / 피곤)

스틸러스 2019. 4. 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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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무서운 게, 뭔가 패턴 같은 게 정해지면 좀처럼 바뀌지가 않는다. 어제도 일찍 잔다고 누었지만 또 태블릿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잤다. 새벽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세 시 하고도 40분. 바로 다시 자야 했는데 잠결에 태블릿을 집어 들었고, 웹툰 보다가 잠이 깼다. 그러다 네 시가 됐고 '이렇게 된 거, 축구나 보자.' 싶어 결국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봤다.



전반전은 득점없이 끝났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하프 타임이 지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는데 '이대로 학교에 가면 졸 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들어 태블릿을 엎었다. 소리만 듣다가 살~ 짝 잠이 들려는데 중계진들이 "골~~~" 하고 흥분해서 소리 지르는 바람에 잠이 확 깼다. 잽싸게 태블릿을 들어 확인해보니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 세상에나.



결국 경기 끝날 때까지 중계를 다 보고 다시 잠이 들었다. 못 일어날까봐 인공 지능 스피커에 알람 울려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몸도 무겁고. 커텐을 걷고 밖을 보니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충 씻고 학교에 가서 한자 벼락치기를 하고, 수업을 들었다. 하루 만에 18과 끝내버릴 때는 언제고, 어제와 오늘은 페이스 조절하는 건지 느~ 릿~ 느~ 릿~ 수업한다. 이럴 거면 그냥 적당히 진도 나갈 것이지. 오후의 선택 과목 수업이 2C 교실에서 있었는데 금요일까지 문제 풀어오라고 한 걸 보니 우리보다 진도가 늦긴 늦은 모양. 저렇게 나가도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오후의 선택 과목 수업은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느낌. 무엇보다 선생님이 나와 비슷한 타입인 것 같아 조금 놀랐다. 첫 시간에 내 수업의 룰이라며 지켜야 할 것을 먼저 말하는 것도 나와 같았고, 수업 시간에 자도 되니까 출석은 하라고 말하는 것도 나와 같았다.

오늘은 첫 날이니까 당연히 교과서를 복사한 걸로 수업을 대신하는데 문제 풀라 하고는 풀어줄 생각을 안 한다. 응? 첫 시간은 문제 풀도록 시간을 주고, 다음 시간에 풀어주는 건가? 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냥 주구장창 문제 푼다. 아무래도 본인이 문제를 풀고, 모르는 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이런 형식의 수업은 처음인지라 좀 어색하긴 한데 나쁘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수업 듣는 학생이 많지 않은데다 조용해서 좋다.



점심 시간에 옆 반의 H군을 잠깐 만났는데 엄청 시끄럽단다. 장난 아니란다. 하긴. 이카와 선생님이 담임인데다 시끄러운 것들 죄다 모아놨으니 그럴만도 하지. 저 반으로 안 가서 천만 다행이다.

반면 우리 반은 아직까지는 조용한 편. 아침에 교실 들어오면서 인사도 안 하고 올 정도로 낯을 가린다. 뭐, 며칠 못 갈 거라 생각하지만.




비도 오겠다, 빈 교실에서 공부하고 올까 했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가방 집어던진 채 옷만 벗어놓고 바로 누웠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한 시간 지나 있고, 그 상태에서 뒹굴뒹굴하다가 한 시간 까먹었다.

저녁부터 비 그친댔는데 17시 넘었기에 바깥 날씨부터 확인했다. 안 그쳤다. 계속 내리고 있다. 보통은 그친다는 시각보다 일찍 그치던데 오늘은 왜 이러나. 저녁에 세레소 경기가 있어서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비가 오면 못 간다. 홀딱 젖어가면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점심 때 먹은 햄버거는 이미 소화된 지 오래. 신라면 하나 드시고, 밥까지 말았다. 배를 빵빵하게 채운 뒤 바깥을 보니 비가 그쳐 있다. 하지만 이미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슬렁슬렁 걸어가면 경기 시작 전에 도착하기야 하겠지만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건 무리다. 비 온다고 경기보러 안 갈 세레소 서포터들이 아니지. 서포터 자유석은 바글바글할 거야, 아마.



축구 보러 가는 건 무리일 것 같고, 자세 잡고 앉아서 공부나 해야겠다. 대단한 공부는 아니고, 내일 수업할 거 예습이라도 조금 해놔야지.




P.S.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트위터 이용자가 많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J 리그 팀들의 트위터 활용을 보면 포항은 뭐하고 자빠졌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안 하니까 거기에서 열심히 홍보도 하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김진현 선수 유니폼 산 뒤로 한 번을 경기 보러 못 갔네. 오늘은 선발 명단을 보니 김진현 선수가 안 나온다. 후보 명단에서도 빠졌다. 부상은 아닌 거 같은데. 컵 대회 포기하고 쉬게끔 해주는 건가? 그나저나, 지난 번 리그 2 라운드에서 나고야에 탈탈 털렸던 세레소인데 로테이션 돌려가면서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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