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03월 13일 수요일 맑음 (엄청난 바람 / 지진 / 수업 끝!)

스틸러스 2019. 3.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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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끄적끄적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나브로 글이 쌓여 130개 이상이 됐다. 언제 이렇게까지 써댔나 싶다. 그러고보면 혼자 미쳐 날뛰는 컨셉으로 트위터에 지저귄 것도 15,000을 돌파한 지 오래다. 만날 이렇게 뭔가를 열심히 써대는데 어찌 글 쓰는 실력은 늘지를 않는 걸까? -_ㅡ;;;

 

어제도 교류 센터에서 돌아오자마자 블로그에 일기 쓴답시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최근 일기 개근이다. 거의 안 빼먹고 꼬박꼬박 쓰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기특하니 한 번 쓰다듬~ -ㅅ-   푹 자겠답시고 맥주 딱 한 캔 마신 뒤 누운 게 23시 조금 넘어서. 금방 잠이 들긴 했는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새벽에 깼다. 시계를 보니 당연하다는 듯 세 시 반. 몇 시에 자는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세 시에서 세 시 반 사이에 깨는 이 놈의 몸뚱이는 대체... (말잇못)

 

다시 자려고 했지만 당최 잠이 오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자려고 발악을 했지만 결국 못 잤다. 그리하여... 그 상태로 태블릿 붙잡고 게임하다가, 인터넷 뉴스 보다가, 유튜브 영상 보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새벽 세 시 반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 셈이다. 여섯 시 넘으니까 잠이 살살 오더라. 하지만 그 때 잘 수는 없지. 오늘 하루, 엄청 피곤하게 생겼다.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보니 최근 계속 강풍 주의보였다. 바람 소리만 들어서는 태풍 온 걸로 착각할 정도다. 그런데 일기 예보 어플을 보니 비가 오고 있단다. 설마 싶어 인공 지능 스피커에게 지금 비 오고 있냐니까 오고 있단다. 10분 뒤에 그칠 거란다. 정말인가 싶어 베란다 문 쪽으로 가니 물방울이 엄청 튀어 있다. 문을 열었더니 바닥이 다 젖어 있네. 비가 내리는데 바람이 엄청 부니까 안으로 들이닥친 거다. 뭔 바람이 이렇게 불어대냐.

 

일곱 시가 넘어 계란 두 개 깐 뒤 전자 레인지에 돌려서 커피와 같이 먹고, 대충 씻은 뒤 집을 나섰다. 한자 벼락치기를 하다가 슬슬 시간이 됐다 싶어 고개를 드니 이카와 선생님이 와 계셨는데, 입술에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아서 그런지 되게 아파 보인다. 이카와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1교시에는 한자 수업을 했고, '2교시에는 뭐 하나' 싶었는데 본문 진도를 나간다. 테스트 다 끝났는데 본문 수업을 하다니. 이런 패턴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여튼, 이 학교는. 항상 상상 이상의 뭔가가 있다니까. ㅋㅋㅋ   아, 그 전에 어제의 테스트 결과를 알려줬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니까 시험지 나눠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평균이 70점이란다.   훗. 저 평균에 속으면 안 된다. 누구는 72점, 누구는 68점, 이래서 평균 70점이라는 말이 아니다. 점수 잘 나오는 애들은 80점 넘고, 90점 넘고 그런다. 일부 멍청이들이 형편없는 점수로 평균 까먹어서 저렇게 되는 거다. 그 일부 멍청이는 항상 같은 녀석이고. 본인 점수 보면서도 여전히 중국어로 처 떠들기를 즐기는 걸 보면, 일본어를 익혀서 먹고 사는 데 써먹겠다는 생각 따위는 1도 없는 게 분명하다. 금수저임이 분명해.

나는, 뭐... 예상한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성적이 점점 안 좋아지는고만. ㅋ   희한하게 이 반에서 나는 공부하는 캐릭터가 됐지만, 내 인생에 그런 적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를 빼고는 한 번도 없었다. 지독하게 공부 안 하는 학생이었는데 어쩌다 오해를 사게 되가지고.

 

 

 

아무튼... 테스트 후에 본문 수업하는 건 또 처음일세. 3교시에는 발표 수업이었는데 역시나... 또 조 짜서 발표하란다. 거기에다, 조를 선생님이 짜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알아서 짜란다. 하아~ -ㅁ-   잽싸게 저 멀리에 있는 C군에게 이리 오라고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C군과 짝이 되어 별 탈 없이 수업을 마쳤다. 최근 들어 이카와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딴 짓 하는 학생에게 앞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다른 사람 발표하는 거 들을 때에는 조용히 하라는 말을 부쩍 자주 한다. 뭔가 불만을 이야기하면 피드 백이 확실한 것 같다. 담임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불만을 투덜거리면 다른 선생님과 공유하는 모양이다. 하긴, 나도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 학생들 뒷담화 숫하게 깠었더랬지. -ㅅ-

그나저나... 선생님이 말하고 있는데 애새끼들이 처 떠드니까, 선생님이 차마 조용히 하라고 대놓고 말은 못하고 본인 목소리에 묻히라고 점점 큰 소리로 말을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떠든다. '나도 스무 살 넘게 처먹고 저 따위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예의 없다.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잘 들어보려고 했지만 당최 못 알아듣겠다. 발음도 이상하고, 내용도 귀에 안 들어오고. 아마 내 일본어도 마찬가지일테지. 하지만 17과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처럼,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분명 좋아지게 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 밖에 비 오고 있어.' 같은 말을 일본어로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니까.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나름 또박또박 말한다고 하는 건데도 '호또코히' 네 음절을 한 번에 못 알아 듣는다. 발음이 그렇게까지 구린 걸까?   내 주문을 자주 받아주시는 분인데 설탕이랑 크림 안 받는 거 알면서도 항상 물어보신다. '나쿳데모 이이데스.' 라고 해야 하는데 며칠 안 써먹었다고 까먹어서 '나이데모 이이데스.' 라고 했다. 까먹기에 최적화 된 대가리인가봉가. 아무튼, 오늘은 세트 안 시키고 커피만 마셨다. 아침에 계란 먹은 덕분인지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 같은 건 나지 않더라. ㅋ

 

오후의 선택 과목은 JLPT N4 듣기 평가. 미리 답을 알고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예습을 전혀 안 했다. 스무 문제 풀었는데 열다섯 개 맞았다. 못 알아들어서 찍은 게 맞은 덕분이다. 나름 선방했다. ㅋㅋㅋ

 

 

 

아! 4교시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지진이 있었다. 건물이 휘청휘청하는 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꽤나 길었다. 지금까지 지진 겪은 건 두 번이 고작. 그나마도 전부 진도 1짜리였고 시간도 무척 짧았다. 와카야마 아래 쪽 바다가 진원지라 올라오면서 점점 약해진 덕분이었다. 그런데 오늘 지진은 진도 3. 확실히 많이 흔들린다고 느껴졌다. 흔들리는 시간도 길었다. 여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랄까? 7층에 있었으니까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7층인데 이 정도면, 집(11층)에 있을 때에는... ㄷㄷㄷ

솔직히 무섭다. 살고 있는 집이 고층인지라 더욱 그렇다. 피난 가방 싸야 하는데, 만날 말만 하고...

 

 

수업 마치고는 바로 돌아왔다. 나오다가 C군을 만났는데 오늘 남아서 공부하냐고 물어보기에 바로 돌아간댔더니 놀란다. 공부하는 캐릭터 아니라고, 임마! ㅋㅋㅋ   잠이 부족하니까, 교실에 남아봐야 졸 것 같아서 돌아온 거다.

집에 오자마자 컵라면 하나 먹고 세탁기 돌리는 중. 빨래 널고 나서 한숨 잘 거다. 한 시간 반 정도나 자겠지. 알람 안 맞춰도 눈 뜨면 한 시간 반 정도 지나 있다. 항상 그랬다.

 

 

 

자다 일어나서 공부 좀 하던가 해야지. 기말 테스트와 클래스 멘토 테스트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기말 테스트는 지금까지 배운 내용이 나온다고 하니까 대충 이런 게 나오겠지, 저런 게 나오겠지, 예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클래스 멘토 테스트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아무튼... 내일 시험 치고 나면 금, 토, 일, 3일 쉰다. 클래스 멘토 테스트로 어떤 것들이 나올지 모르니까 미리 공부하기도 애매하다. 내일 시험 을 마치면 점심 무렵인데, 집에서 한숨 자던가 빈둥거리면서 시간 보내고, 저녁에는 인생 술집 가서 한 잔 마시고 와야지. ㅋㅋㅋ

 

 

다음 주 월요일에 클래스 멘토 테스트가 끝나면 이번 학기도 끝난다. 지난 번의 클래스 멘토 테스트 때에는 1도 긴장하지 않았었다. 내가 어떤 준비를 하던 그 이상이 나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의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시험을 쳤지만, 성적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나왔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지금의 반을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반으로 간다고 해도 어차피 대만 애들이 가장 많을테고, 여전히 일본어 수준이 높지 않을테니까 중국어 듣는 건 똑같겠지만,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조금의 스트레스를 주면서 공부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의 담임 선생님이 계속 맡아준다면야 반 바뀌는 게 좀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선생님도 바뀔 것 같으니, 뭐...

 

2019년이라고, 1월이라고, 어이 없어 하던 게 정말 얼마 전 같은데 3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다. 만날 하고 또 하는 말이지만, 시간 정말 빠르다. 돈만 있었음 회사고 나발이고 때려 치우고 지금의 학교 졸업하면 일본에서 대학이나 다녔음 좋겠고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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