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3월 05일 화요일 맑음 (치과 / 교류 센터)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학교에 갔다. 언제나처럼 한자 벼락치기를 하고, 쉐도잉을 하고, 한자를 배우고. 한자가 중급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읽는 것과 동시에 이해하는 게 안 된다. 뭐라 읽는지 모르는 한자 투성이인데 언제 읽으라고 시킬지 몰라 허겁지겁 사전 뒤져대기 바쁘다. 희한한 건 그 어떤 선생님도 한자 읽는 건 잘 안 시킨다는 것.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한자는 거의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2교시에 금요일에 본 시험 점수가 까졌다. '금요일에 시험을 봤으니 금요일까지 묵혀두겠거니~' 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담임 선생님. 싱글싱글 웃는 얼굴과 착한 목소리로 항상 허를 찌른다. 담임 선생님이 작정하고 문제를 꼬아댄 덕분에 평균이 훅 떨어진 듯. 70몇 점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제대로 못 들었다. 나는, 뭐. 예상한대로 나왔다. 90점 못 넘기는 건 당연한 거고, 80점 넘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살짝 넘었다. 그나마도 선생님이 부분 점수 주고 그랬으니 망정이지, 하나라도 틀렸을 때 촤악! 그어버렸다면 70점대 찍었을 듯.
예전에 " 안 찍어서 감점 당하고 하던 거야 글씨 예쁘게 쓴답시고 시간 잡아먹다가 끝날 시간 다 되어 엄벙덤벙하다 그랬다 치자. 요즘은 시제 때문에 자꾸 점수 까먹는다. 문제 맨~ 앞에 보란듯이 昨日(어제)라고 쓰여 있는데, 그걸 못 보고 현재 시제로 써버린다. 내일 어쩌고 하는데 과거 시제로 막 써버리고. 건방져졌다는 증거다. "응? 쉽네?" 하고 문제도 제대로 안 보고 막 써대는 거다. 항상 그렇게 쉬운 문제에서 점수 까먹는다. 건방져지지 말자고 만날 다짐해도 그렇다.
점심 시간에는 집에 왔다 갔다. 보험료 책정 새로 한다고 소득 써서 내라는 게 우편으로 온 게 며칠 전. 교류 센터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긴 했는데 도장 찍는 걸 깜빡했다. '2층 사무실에서 인주 빌려 도장 찍은 후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아침에 봉투랑 종이 챙겨가긴 했는데, 멍청하게 도장을 놓고 갔다.
점심 시간에 집에 와서 호다닥 컵라면 하나 욱여 넣고, 도장 챙겨 나갔다. '우체국에 당연히 인주랑 풀이 있지 않을까' 싶어 갔더니 역시나 있네. 도장 찍고, 풀로 봉투 입구 붙인 후 우체통에 넣었다. 그리고 오후의 선택 과목 수업.
학교 전체에 대만 ×들이 바글바글하다 보니 어느 수업을 가도 마찬가지인데, 화요일의 선택 수업 역시 온통 대만 ×들이다. 내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들, 그동안은 수업 시간에 어리버리하면서 내 거 엿보고 하기에 보라고 보여주고 그랬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떠든다. 염병할 것들이 속닥거리기라도 할 것이지, 선생님이랑 목소리 크기가 같아. 대체 저런 실례를 아무렇지 않게 범하는 이유가 뭐지? 우리나라도 요즘 저러나?
수업 마치고는 교실로 돌아가 앙케이트를 작성했다. 먼저 나눠준 종이는 언제까지 공부할 예정이냐 묻는 거. 이내 다른 종이를 하나 더 주는데, 선생님 평가하는 종이다. 단순히 잘 가르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목소리는 크냐, 칠판에 필기하는 내용은 잘 알아먹을 수 있느냐, 등 꽤나 디테일하다. 겨울 방학 전에 수업을 했던 마츠모토 선생님도 있어서 반가웠다.
뒷 페이지에는 학교에 바라는 내용을 적으라고 커다랗게 빈 칸 만들어 놨더라. 번역기를 돌려서라도 일본어로 쓰고 싶은데, 주위에 대만 ×들이 득실거리니 한글로 썼다. 그냥, 이 학교는 학생들 국적 비율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온통 중국어 밖에 안 들린다고. 그리고 수업 중에 예의 없이 구는 것들에 대한 경고가 좀 더 확실하게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썼다.
수업 중에 급 똥 시그널이 와서 화장실에 간다거나, 전 날 처먹은 술이 역류한다거나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아르바이트 하느라 피곤해서 조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화장실에 가든, 졸든, 그건 다 그 사람 손해니까. 본인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거니까. 하지만, 수업 시간에 처 떠들거나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건 애꿎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짓이다. 뒈지려면 혼자 뒈질 것이지, 왜 줄줄이 붙잡고 들어가려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에도 그랬다. 수업 듣기 싫으면 나가던가 자라고. 절대 뭐라 안 한다고. 하지만 옆 사람과 떠들거나 하면 각오하라 했다. 죽으려면 혼자 죽으라는 말도 했다.
남한테 피해를 주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들, 정말 혐오스럽다.
옥탄의 원소 기호는 C8H18
앙케이트 작성하느라 학교에서 나오는 게 늦어졌다. 그럴 거 같아서 평소보다 30분 늦게 예약했지. 병원에 가서 천장 보고 드러누워 입 벌리고 아파한 댓가로 55,000원 넘는 돈이 훅~ 빠져 나갔다. 불과 두 번의 치료로 11만원 넘게 날아갔다. 돈 없으면 아파야 한다는 말이 뼈 저리게 와 닿는다.
지금까지는 치료 받고 나오면서 감사하다는 인사 정도만 했는데, 오늘은 선생님한테 몇 마디 했다. '내가 아직 일본어를 잘하지 못해서 선생님이 말하는 걸 다 알아듣지 못한다고, 그러니까 치료비나 기간 같은 걸 써줬으면 좋겠다고.' 일본어 못한다고 하니까 아니라면서 막 손을 내젓더니, 내 말이 끝나니까 알겠다면서 다음 주에 써서 주겠다고 한다. 항상 마스크 쓰고 있는 것만 봤는데, 마스크 벗으니까 개 귀여운 얼굴이다. ㅋㅋㅋ
치과에서 바로 교류 센터로 이동. 패딩에, 목도리에, 이 화창한 날씨에 꽁꽁 싸매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를 반팔 티셔츠 입고 돌아다닌다. 교류 센터에 도착한 뒤 내일 수업할 거 예습하고, 선택 과목을 공부했다. 선택 과목 같은 경우 지문이 엄청 긴데 문제는 달랑 하나. 이런 문제 같은 경우는 진도가 팍팍 나가니까 잔뜩 풀어 가야 하는데, 달랑 세 문제 푸니까 수업 시작할 시간이 되어 버렸다.
교류 센터의 수업은 학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이지만 복습한다 생각하고 들으면 재미있고 좋다. 지금 초급 4 과정인데, 상급 과정이 없다는 게 아쉽다. 여기에서도 앙케이트 작성했는데, 상급 과정이 없어서 아쉽다고 썼다.
『 모두의 일본어 』 로 수업을 하는데, あげます랑 もらいます는 7과에서 수업하고 くれます는 24과에서 수업한다는 게 특이하다. 학교의 교과서는 한 번에 다 배우는데. 아무래도 『 모두의 일본어 』 쪽이 난이도가 더 쉬우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희한한 일도 다 있지. 오늘 교류 센터에서 수업한 내용, 오후의 선택 과목에서 배운 거랑 또옥~ 같은 거였다. ㅋㅋㅋ
└ 교류 센터의 수업 쪽 난이도가 낮아서 쉽게 풀 수 있게 문제를 살짝 만졌더라고.
아무튼 수업 마치고 집까지 걸어왔다. 평소에 비하면 오늘은 점심에 컵라면을 먹었으니까 배가 덜 고파야 하는데 그런 거 없다. 해 지면 배 고프다. 편의점에 들러 볶음밥이랑 교자 사들고 왔다. 후다닥 먹고 나니 22시. 빨리 자야겠다. 피곤하다.
내일은 수업 마치고 예습할 내용 많지 않으면 인생 술집 가서 일 잔 할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리 문제 풀어오라고 할 것 같다.
어제 자기 전에 본 주간 최고 기온은 18℃였는데 저녁에 보니까 16℃로 바뀌어 있네.
└ 내일도 16℃라는데, 비 온다니까 좀 더 춥게 느껴지려나. 내일도 반팔 입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