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 26일 화요일 맑음 (25일 일기도 같이 / 교류 센터)
어제 술 처먹고 일기 건너 뛰었으니, 오늘은 어제 회식한 이야기로 시작.
미국인 C군이 유학을 그만두고 돌아가게 됐다. 가족 문제 때문이라는데 자세히 물어볼 정도의 영어도 안 되는데다 그닥 궁금하지도 않다. 출석율이 50%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수업을 자주 빠지는 녀석인지라 조만간 짤리겠다 싶었는데 짤리기 전에 제 발로 돌아간다네. 아무튼, 몇 개월 동안 같이 공부한 정이 있으니까 송별회 겸 회식을 하기로 했다.
텐노지駅 근처의 술집에서 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랑 술 마신 건 처음.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골고루 대화하지는 못했다. 술 마시면 안 되는 어린 녀석들과 술 안 먹는 친구들이 모여 앉았고, 그 옆의 긴 테이블에 M 패거리들, 그 옆 테이블에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쪼로록 앉았다. 두 시간 동안 술과 안주 무제한인데 딱히 내키는 게 없어서 그냥 가져다주는대로 먹고, 술은 맥주만 마셨다. 사케 한 잔 할까 하다가 참았다. 마셨으면 오늘 엄청 힘들었을 거다.
다들 술 한 잔씩 들어가니 슬슬 맛이 가서 자기들끼리 붙어 앉아 난리도 아니다. 그렇잖아도 시끄러운 녀석들인데 술 들어가니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선생님들 앉아 있는 쪽이 휑~ 하기에 그 쪽으로 옮겨 앉았다. 선생님들이랑 떠드는 쪽이 더 재밌다. ㅋ
계산한답시고 돈 걷는데... 아, 진짜... 일본... 우리처럼 한 명이 내고 어플 같은 걸로 송금하면 좋을텐데 그저 현금이다. 이런 건 확실히 우리나라가 낫다. 아무튼, 밖에 나가서 사진 찍고 해산.
뭔가 아쉬워서 한국 사람들끼리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미국인 C군도 꼽사리 꼈다. 돈 없다고 걱정하기에 괜찮으니까 가자고 했다. 어차피 내가 낼 생각이었다. 근처 술집으로 가서 일 잔 더 하고, H군은 친구들과 약속 있다며 먼저 나갔다. 슬슬 가자 싶어 계산하려는데 카드 결제를 못한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애꿎은 영수증만 계속 뽑아대고 있다. 현금으로 내려고 했는데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라인 페이 카드로 바꾸겠다고 하는데도 그냥 이 카드로 해본다면서 계속 붙잡고 있다. 카드 결제 해본 적이 없어서 할 줄 모르는데 이 때다 싶어 연습하는 건가?
10분 넘게 걸린 것 같다.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은데 일본 욕을 모르니... 그냥 "엉망진창이네!" 하고 말았다. 에휴...
L양 전철 타러 가는 거 보고 나서 집으로 향했다. 가다가 편의점에 들러 군것질거리 잔뜩 사고, 집에 돌아와 맥주 더 마셨다. 그리고 퍼질러 잤는데, 새벽 네 시에 깼다. 갑자기 2차 가서 카드 결제를 여러 번 시도한 게 생각나서 불안해졌다. 그 새벽에 카드 어플 실행해서 결제 제대로 됐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한 번 딱 됐네. 휴.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무겁거나 하지는 않다. 어제 별로 안 마신 것 같은데, L군 얘기 들어보니 많이 마셨단다. 집에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난단다. 그 정도인가? 나는 지난 주에 워낙 마셔대서 그런가 그냥저냥 괜찮았다.
오전은 담임 선생님 시간인데 진도 팍팍 안 빼고 페이스 조절한다. 진도 쭉쭉 빼면 오늘 16과 다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안 한다. 점심 시간에는 L군이랑 맥도날드 가서 치킨 너겟 먹었다. 대부분 L양이랑 같이 밥 먹으니까 오늘처럼 L양이 학교에 안 오거나 하면 붕~ 뜬다. 그런 날은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한다.
해장도 할 겸 라면 먹으러 갈테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커피로 해장하겠단다. 커피로 해장이 되나? 내가 만날 맥도날드 가서 커피 마시니까 내 생각해서 그런건가?
오후 선택 과목 수업은 어제 예습한 덕을 봤다. 예습 안 해가면 수업 못 따라간다. 선생님이 답안지를 가져가버려서 내가 쓴 답이 맞는지 확인도 못한다. ㅋ
수업 마치고 교실에서 간단한 공지 들은 후 바로 치과로 갔다. 가기 싫어 숨지겠다. 하지만 예약해놓고 빵꾸낼 수 없으니... 지금까지는 1,600円 정도 나왔는데 오늘은 충치 치료까지 하는 바람에 5,000円 넘게 나왔다. 이러다 파산하겠다. 다음 예약은 다음 주인데, 다다음 주로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 돈 없단 말이다! ㅠ_ㅠ
치과 치료 마친 후 교류 센터에 가서 공부했다. 말이 공부지, 내일 선택 과목의 예습이다. 나름 독해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다섯 문제 풀어서 다 틀렸다. 이럴 수가 있나 싶더라. 결국 사전 찾아보면서 풀었더니 그나마 덜 틀린다. 그래도 어려워. N4가 이 지경인데, 나 유학 끝날 때까지 N2 딸 수 있을까?
너무 졸려서 턱 괴고 자려 하는데 누가 인사하기에 봤더니, 같이 수업 듣는 중국 분이다. 이 분은 중국어보다 일본어로 대화하려 하고 시끄럽지도 않아서 참 좋다. 인사 나누다가 잠이 깨어 다시 공부하기 시작. 문제 풀다가 수업 들을 시간이 되어 교류 센터 수업을 들었다.
수업 마치고 나온 시각이 20시 33분. 축지까지는 아니고, 그냥 조금 빨리 걸어 집에 도착하니 21시 5분. 30분 조금 넘게 걸렸네. 집에 오자마자 컵라면 하나 먹고, 귤 까서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 쓰고 있다. 며칠 전부터 마우스 포인터가 자꾸 튀어서 리시버 때문인가? 하고 바꿔 봤는데 여전히 튄다. 마우스 관련 프로그램 죄다 지웠는데도 마찬가지. 프로그램 문제는 아니니까 지운 프로그램 다시 설치해야 한다. 다운 받으려고 했더니 한나절이네. 진짜... 인터넷 속도도 한국이 넘사벽.
교류 센터에 있을 때부터 뒷목이 뻐근하게 아파 온다. 너무 아프다. 피곤하면 이런다. 오래 못 살겠어. 빨리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