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9년 02월 20일 수요일 맑음 (낮술로 달린다!!!)

스틸러스 2019. 2. 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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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서 시계를 보니 여섯 시. 최악이다. 너무 어중간하다. 일곱 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곧바로 다시 잠든다고 해도 한 시간 자고 일어나야 하잖아. 그렇다고 안 자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결국 평소보다 30분 늦게 일어날 생각을 하고 다시 잤다. 못 일어날까봐 인공 지능 스피커에 알람 설정을 부탁(!)했다.




눈 감는다고 바로 다시 잠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꿈지럭거리다 살짝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눈 떠서 시계를 보니 일곱 시 반에서 2분 모자란다. 알람을 취소한 뒤 오늘 날씨를 물어봤다. 네이버에서는 수요일에 비 온다고 예보했었지만 인공 지능 스피커는 비 오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혼자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과 대화하는 사람처럼 인공 지능 스피커에다가 "아리가또~" 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도우이타시마시테(どういたしまして - 별 말씀을요)' 라고 대꾸한다. 헐...




학교에 가서 자판기 커피 마시면서 한자 외우기 시작. 오늘도 대만 애들은 아침부터 활기차다. 신나게 떠들어댄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잡음 제거 기능을 뚫고 들릴 정도다. ㅆㅂ

수요일은 이카와 선생님. 어쩌면 우리 담임 선생님보다도 선생님다운, 천직이 선생님이다 싶은 분. 다 좋은데, 수업 중에 자꾸 조를 짜서 대화를 시킨다. 그게 너무 귀찮다. 오늘도 자꾸 옆 사람이랑 대화하라고 하는데, 한 번 했던 사람이랑 또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랑 하란다. 옆에 앉은 처자가 바로 획~ 돌아서더니 옆 자리 앉은 애랑 대화하기 시작. 혼자 붕~ 떠서 그냥 책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어디로 옮겨 다니기도 귀찮고. 굳이 짝 지어 떠들고 싶지도 않다. 결국 반대 쪽의 C군이 내 쪽으로 넘어와야 했다.


조를 짜서 대화하는 수업에서는 M군의 부인인 I상과 같은 조가 됐다. 집에서 뒷담화 열심히 했을테니 같은 조가 된 게 그닥 기쁘지 않겠지. 나도 불편하다. 그러니 그냥 혼자 듣는 수업이 편하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표하고 어쩌고 하는 거, 불편하다.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고, 속에 눌러놓은 짜증이 엄청나다. 터뜨리면 안 된다는 걸 아니까 꾹꾹 눌러놓고 있다. 그런 스스로가 한심해서 그게 또 짜증나고. 악순환이다.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국어를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건 좋은데, 특정 국가의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정말 몹쓸 일이다. 그 특정 국가가 중국어를 쓴다면 더 골치 아프다. 쉬는 시간마다 괴롭다. 오죽하면 오늘은 쉬는 시간에도 헤드폰을 뒤집어 썼을까. 고급 레벨의 반은 죄다 일본어로 얘기하니까 자국어로 떠들어대는 꼴을 안 볼 수 있을까? 거기도 마찬가지일까?

맘 같아서는 다른 학교로 옮기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일단 지금 다니는 학교에 이미 납부한 수업료를 돌려 받아야 하는데, 곱게 내줄 것 같지 않다. 규칙상 반환 불가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지금 사는 집에 들어온 건 학교까지 걸어 다닐 수 있기 때문인데 학교를 옮긴다면 전철로 다녀야 한다. 그러면 교통비가 나간다. 치명적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옮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메릭은 어떤지 알아보고 있다. 에휴...



원래는 학교에 남아서 공부 좀 하다 오려고 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다. 비 온다고 예보한 것들 쪼로록~ 줄 세워서 '하늘 좀 보라' 하고 싶을 정도로 날씨가 좋다. 이렇게 좋은 날 교실에 처박혀서 공부한다고?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이틀 내리 잠이 부족한 탓에 오후 수업에서는 하품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집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15시도 안 됐다. 일단 밀린 빨래부터.


그리고 나서 맥주 처먹는다. 해가 중천인데 기분 좋게 낮술 처먹는다. 적당히 5,000cc 정도만 마시고 일찌감치 자야지. 내일 선택 과목은 예습은... 모르겠다. 내일 시험인데 배 째라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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