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 19일 화요일 비옴 (피곤한 하루)
20시 좀 넘어서 자려고 누우면서 생각했다. '환갑 넘은 영감도 아닌데 이 시각에 자겠다고 눕는 게 제대로 된 일일까?' 하지만 눕는다고 바로 자는 게 아니다. 태블릿 붙잡고 게임하다가 만화 보고 유튜브 영상 보다 보면 서너 시간은 금방이다. 시계 보면서 '자야 되는데...' '이제는 진짜 자야 되는데...' 하기를 수십 번. 급기야 자정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번쩍! 든 생각.
아, 빨래 걷어야 돼!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게 생각난 거다. 자정 넘어 빨래를 걷고 다시 누웠다. 최근 베트남에 사는 사람들이 올린 영상에 빠져서 그거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결국 한 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두 시간 정도 자다 깼는데 뭔가 웃긴 꿈을 꿨는지 자다 깨서 혼자 킥킥거리고 웃다가 'ㅆㅂ 나 미쳤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잤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닥 피곤하지 않다. 인공 지능 스피커에 물어보니 비 오고 있단다. 텔레비전을 켜니 역시나 비 온다고 나온다.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다가 샤워하고 가방 싸서 나갔다. 비가 시원~ 하게 내리고 있다. 오사카에는 비가 오는데, 한국은 눈 오고 난리. 강원도에 대설 주의보 내렸다던가? 눈이 비로 바뀐다는 우수에 이게 무슨... 겨울에 눈 한 번도 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날씨 만큼은 오사카가 훨~ 씬 좋다. 미세 먼지도 덜하고, 눈도 안 오고.
오늘 오전은 담임 선생님 수업. 1교시에 쉐도잉이랑 한자 공부하고, 2교시와 3교시에는 16과 수업을 했다. 어렵다. 쉽지 않다. 그나마 예습해서 다행이다. 안 그랬음 많이 헤맸을 것 같다. 나는 충분히 이해를 했는데 대만 애들이 죄다 헤매고 있어서 '대체 왜 어려운 건데?' 라고 생각했다. 앞 자리의 타이 녀석도 헤매는 것 같아서 내가 아는대로 설명해줬다. 뭐, 누구한테 설명해주고 자시고 할 실력도 아니지만서도.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 가서 빅맥 세트 시켜 먹었다. 화요일이니까 점심에 뭐라도 먹어야 한다. 오후에는 선택 과목 수업을 들어갔는데, 미리 예습해 간 8과를 건너 뛰어버린다. 너무 어려우니 8과랑 9과는 나중에 하겠단다. 덕분에 예습해 간 게 별 도움이 안 되어버렸다.
홈 룸 시간에는 회식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월요일에 먹게 되었으니 노미호다이라 해도 주구장창 들이부었다가는 망한다. 적당히 마셔야지. 아, 그리고 테스트 일정이 나왔다. 월요일이더라. 뭐, 이번에는 방학한다고 한국 들어가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 상관 없지만. 아무튼... 슬~ 슬~ 걸어서 이네까지 가는 거, 세부 일정을 짜봐야겠다. 봄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
계단으로 내려가 1층에 도착했다. 밖을 보니 비가 꽤 많이 온다. 그냥 맞고 다닐 비가 아니다. 가방에 넣었던 우산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교류 센터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
별 거 아닌 풍경이지만, 유학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그리워질 게 분명한지라... 요즘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시텐노지 근처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비 오는 날의 시텐노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못 봤던 곳이 잔뜩 있다. 내부가 엄청 넓더만. 마구 사진 찍어댔다. 자세 잡고 구도 생각해가며 찍은 게 아니라 사진이 죄다 엉망진창이다.
다시 교류 센터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무사히 도착은 했는데... 너무 힘들다. 늦게 잔 이유도 있고 날씨 영향도 있을 거다.
공부하려고 하는데 당최 마음이 안 잡힌다. 내일 공부할 거 끄집어 냈는데 예전에 예습한 만큼 진도를 안 나가서 더 안 해도 되겠다 싶더라고. 거기에다 옆 자리에 앉은 영감이 자꾸 이상한 소리내고, 기침하고, 노트북 탁탁거리는 바람에 신경이 쓰인다. 이상한 냄새도 나고. 이렇게 자꾸 남 핑계 대기 시작한다는 건 공부할 맘이 없다는 거다. 내가 공부하기 싫은 이유를 어떻게든 남 탓으로 만들어 스스로 공부 안 하는 걸 정당화하는 거지. 결국 포기하고 유튜브 보다가 졸았다. 맘 같아서는 엎드려 자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 했다.
수업할 시간이 되어 들어갔다. 교류 센터 수업은 대부분 학교에서 이미 배운 거라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듣곤 했는데, 오늘은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혹은 배웠는데 아예 까먹어버렸을지도 모를) 내용이라서 조금 헤매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교류 센터는 수업 끝나도 계속 갈 것 같은데 다른 수업은 없는지 좀 알아봐야겠다.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진짜 택시 타고 집에 갈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빈 택시 보고도 탈 엄두가 안 난다. 하아~
그냥 걸어서 집에 왔다. 빨리 가고 싶어서 축지했더니 다리가 아프다. 집에 오자마자 라면 두 개 한 방에 헤치우고... G군이 준 안주로 맥주 하나만 마시고 자기로 한다. 아직 씻지도 않았으니 샤워하고 나와서 맥주 한 캔만 마시고 자야겠다. 엄청 피곤하다. ㅠ_ㅠ
오다가 하루카스 쪽 하늘이 빌딩 조명 때문에 밝게 빛나 보이기에 그냥 들이대서 찍었는데 포커스도 날아가고 개판이고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