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불편한 가운데 빈둥거리고 있다
8월 10일, 유학 전 마지막 출근. 지점장에게 인사만 하면 되는지라 느긋하게 갈까 하다가, 벌레 같은 것들에게 씹을 거리 던져주겠다 싶어서 그냥 출근 시간에 맞춰 갔다. 그 덕분에 벌레만도 못한 ㅅㄲ, 쓰레기 같은 ㅅㄲ, 둘 다 봐버렸네. 마지막 날이라 안 봤음 했는데. 책임감도 없고 직업 의식 같은 것도 전혀 없는 저 ㄱㅅㄲ 둘 모두에게 안 좋은 일만 주야장천 일어나길 빈다.
아무튼. 인사 마치고 바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삼성전사 서비스 센터 들러 손전화 배터리 교체 받고. 어영부영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역시나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고, ○○ 형님 만나러 분당으로 이동. 모텔에 차 세워두고 형님 만나서 장어에 소주 일 잔 하고... 자리 옮겨서 치킨에 맥주 일 잔 하고... 숙소로 가서 퍼질러 잤다. 아침에 숙소 나와서 조기 축구회 형님들 있는 곳으로 이동. 인사 드리고 밥 먹고 뻘쭘하게 시간 보내다가 점심 무렵 인사 드리고 빠져 나왔다.
다음 약속이 저녁인데 다섯 시간 정도 붕~ 뜨기에 고민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약속 시간에 맞춰 다시 분당으로 이동. 누나들 만나서 밥 먹으면서 일 잔 먹고, 자리 옮겨서 또 일 잔 먹고. 진짜 시끄러운 사람들. ㅋㅋㅋ
그렇게 내리 이틀을 술 먹고 퍼질러 잔 뒤 다음 날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항상 뭐다? 빈둥. -ㅅ-
다음 날 정오 지나서까지 빈둥거리다가 슬슬 출발. 포항으로 간다. 이제 경부 고속도로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그냥 항상 막히는 길이라 생각하는 게 편하다. 편도 4차로에서 100㎞/H 이상 달리지를 못한다. 청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나서도 마찬가지. 경부 고속도로보다 낫긴 한데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했다. 대형 화물 트럭이 다른 트럭을 추월하면서 1차로에 들어오는 바람에 속도를 줄이는 짓을 반복해야 했다.
그나마 상주 분기점에서 상주영천 고속도로 갈아타니까 도로가 좀 뚫린다. 그 이후부터는 정체 없이 수월했다. 고모 댁에 도착해서 차에 가득 실려있던 짐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치킨 시켜서 맥주 일 잔 하고... 퍼질러 잤다.
다음 날은 친척 누나가 와서 같이 영화 보고. 숙소로 가서 선배 만나 축구 보고 왔다. 죽도 시장에서 게 뜯어먹은 뒤 돌아와서 퍼질러 자고. 다음 날 올라왔다.
10일 휴직, 11일 분당에서 일 잔, 12일 분당에서 일 잔, 13일 쉬고, 14일에 포항으로 이동, 15일에 포항에서 일 잔, 16일에 집으로 복귀. 그렇게 휴직하고 나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17일은 영화 보고 병원 다녀오니 하루가 다 지나갔고.
일주일 넘게 내리 쉬는 건 지난 해 11월에 병가 낸 이후 처음이다. 병가를 3주 냈었는데 처음 2주는 정말 출근 안 해도 되나? 하는 불안함과 약 기운의 몽롱함 덕분에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안 나고... 나머지 1주일 동안 여행하며 마음 추스린 기억이 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쉬어도 되나? 출근 안 해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함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집 때문에 불안하다.
전세 계약이 다음 달 ○일 까지인데, 진작에 재계약 의사 없음을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기간 끝나는 날 보증금 돌려준다고 확답을 안 한다. 계속 새 세입자 타령만 하고 있다. 그 날 보증금 돌려준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사 날짜 잡고 어쩌고 할텐데, 그런 게 없으니 답답하다. 20일쯤 전화해서 최종 통보를 하려고 하는데 저 때에도 보증금 못 돌려준다는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20~23일은 제주 여행, 24~26일은 친구들과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24일은 비자 결과 나오는 날이고... 보증금 돌려받는 것만 확실하다면 8월 말에 후쿠오카 여행이나 다녀올까 싶기도 한데... 며칠 안 남았는데도 마음을 못 정하고 있다.
휴직하면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했지만 정작 회사 다닐 때 만큼도 안 하고 있다. 도서관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게으름만 늘고.
아무튼... 휴직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나아지거나 한 건 없다. 그냥 정신없이 시간이 갔다.
비자 결과 나와서 유학이 100% 확정이 되면, 일본 가서 살 집 구하고 이사하고, 차 팔고, 그런 뒤에 건너가야 할 거다. 예상보다 쓸 수 있는 돈이 확 줄어서 허리띠 바짝 조이고 살아야 한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낙관적인 것도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