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 31일 목요일 비옴 (컨디션이 바닥)
어제는 의도치 않게 과음함. 적당히 한, 두 캔 먹고 자려 했는데 마시다 보니 술술 들어가는 바람에 그냥 때려 넣었더니 냉장고에서 여섯 캔이 실종. 물론 실종된 맥주는 내 뱃 속에. 그래봐야 3,000㎖ 밖에 안 되니까 술빨 받는 날의 반 정도 밖에 안 마신 거지만 어제는 술빨 받는 날은 아니었던 듯. 아무튼, 새벽에 자다 깨서 잠결에 알람 설정함. "에코(기본 호출은 알렉사지만 에코로 바꿔놨음)! 아시타 고젠 시치지니 아라무 구다사이~" 했더니 정확한 시각에 알람이 울리기 시작. '아... 30분만 더...'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30분 뒤로 알람 설정하고 또 잠. 한 10분 잤나 싶은데 알람 울려서 빡침. 진짜 학교 째고 싶었음.
힘겹게 일어나 샤워한 뒤 학교에 감. 자판기에서 커피 하나 뽑아 마시고 한자 외우기 시작. 수업 시작됐는데 왼쪽에서는 C군이랑 M군 주도 하에 처 떠들고, 오른쪽에서는 평소 조용한 I상까지 떠들기 시작. 짜증 대폭발.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3교시 무렵에는 '수업 시간이고 나발이고 벌떡!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아버리고 싶을 정도' 에 도달함. 미요시 선생님 수업 같으면 저렇게 처 떠들겠냐고. 순하고 조용한 선생님 시간이니 미친 듯 떠듬. 쌘 놈에게 약하고 약한 놈에게 쌘 걸 혐오하면서 살아왔는데... 나는 그렇게 안 살겠다고 날마다 다짐하면서 사는데... 미요시 선생님 시간에는 독사 앞의 쥐처럼 있던 것들이 만만한 선생님 시간에는 미친 듯 떠드는 꼬라지를 보면 열받지 않을 수가 없음. 그러고보니 나는 학원에서 일할 때에는 내 수업 시간에 떠드는 꼴은 못 봤음. 차라리 자라고 했었음.
뭐, 아무튼. 결국 참았음.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기를 잘한 것 같음. 나이 처먹고 내 기분 안 좋다고 설쳐댔으면 평생 이불 걷어찰 일 만들었을 거라 생각함. 시끄러운 건... 어쩔 수 없지. 포기해야지. ㅆㅂ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에도 자주 써먹었던 이야기인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음. 아무튼.
포르투갈의 원양 어선에서 일하던 선원 두 명이 냉동 창고에 갇힘. 안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고,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밖에서는 들리지 않음. 두 사람은 결국 포기하고 구석에 나란히 쭈그려 앉아 달달 떨기 시작함. 바닥에서 주운 철사 같은 걸로 벽에 자신들의 최후를 새기며 죽어 감. 배가 항구에 도착한 후 냉동 창고가 열림. 다른 사람들은 얼어 죽은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람. 당시 냉동 창고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고 실온인 상태였음. 즉, 두 사람이 '냉동 창고에 갇혔으니 얼어 죽게 될 거' 라 생각한 게 실제로 체온에 영향을 미쳐 얼어 죽게 됐다는 거임. 그만큼 생각하고 믿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마냥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이, 배드민턴을 비롯한 운동을 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건 멘탈이라는 생각을 자주 함. 나보다 한참 부족한 실력을 가진, 미운 놈과 상대하면서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나 점수가 벌어지면서 지는 상황이 되면 원하는 플레이가 더 안 나옴. 무리하게 공격하게 되고 그러다 실수하고. 진짜, 멘탈이 중요한 것 같음.
오늘은... 그 멘탈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숙취가 있긴 했지만 심하지는 않았음. 하지만 스스로 '몸이 안 좋다', '오늘은 컨디션이 엉망이다' 라고 생각하다 보니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짐.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상태에서 애새끼들 처 떠드니 짜증이 나서 더 안 좋아짐. 다행히 3교시 마치고 점심 시간이니 잠시 쉴 틈이 있었음.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 감. 유일한 동전 100円은 아침에 커피 사면서 쓰고 지갑에 달랑 5,000円 뿐. 5,000円 내고 150円 짜리 커피 하나 시키는 게 미안해서 데리야끼 버거 세트 시킴. 정작 일본에서는 이런 걸로 전혀 눈치 주지 않는데 한국에서 하도 당해와서... -_ㅡ;;;
간에 기별도 안 가지만 그냥저냥 먹고 나옴. 밖에 나왔더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림. 비 온다는 예보를 아침에 봤기 때문에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음.
교실로 돌아가 오후 수업 듣기 위해 교실 이동. 선택 과목 듣는 건 나쁘지 않지만 교실 옮겨 다니는 게 싫음.
오후 수업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옴. 점심 시간 이후에는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썩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비도 오니 공부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음.
집에 오다가 편의점에 들러 스파게티랑 교장, 오징어랑 아이스크림 샀음. 집에 도착해서 바로 전자 레인지 돌려 배 채우고 퍼질러 자려고 누움. 꽤 잔 줄 알았는데 한 시간 정도 밖에 못 잤음. 일어난 김에 일기 쓰고 있음. 어제 술 처먹고 그 고생을 했는데, 오늘 또 술이 먹고 싶음. 오늘은 진짜 한, 두 캔만 드시고 자야겠음.
이번 주말에는 와카야마랑 고야산에 다녀올 예정이었음. 하지만 방학 전에 L양에게 건네준 가이드 북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음. 돌려준답시고 학교에 가져온 것 같은데 사진 찍고 준다기에 아직 못 받음. 아침에 학교 가서 보니 책상 속에 처박아두고 다니던데, 안 볼 거면서 왜 안 주는 건지 알 수가 없음. 달라고 닥달하는 것도 우습고. 뭐, 꼭 가이드 북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면 된다 생각했음. 그런데...
고야산의 땡중 AH 77I 가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함. '한국인은 개인적으로 사귀면 기분 좋은 녀석들이지만 국가나 조직이 얽혀들면 귀찮아진다. 한국이 3명이 모이면 최악의 쓰레기' 라고 했다 함(https://www.ytn.co.kr/_ln/0104_201901311445074108_005). 뭐, 마냥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까도 우리가 까야지, 왜 제 놈이 질알인지 알 수가 없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못 받으니 저 따위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게 아닐까 싶음. 그것도 수행한다는 중이.
저 따위 개소리나 해대는 것들이 있는 곳에, 돈 쓰러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와카야마, 고야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남. 그렇게 이번 주말이 또 붕~ 뜸. 집에만 있기도 싫고. 교토에라도 다녀올까? 1박 2일로 고베에 다녀올까? 머릿 속에 복잡함. '내일이 금요일이니까 학교 마치고 고베 가서 야경 보고 토요일까지 천천히 구경하다가 돌아와 일요일에 푹 쉰 뒤 학교에 가면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이대로 있다가는 주말에 또 방을 못 벗어날 게 분명하니, 내일 학교에서 어떻게든 주말에 놀러 갈 궁리를 해야 할 것 같음.
바이오 리듬 따위 전혀 안 믿지만,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상태를 바닥으로 그려놓는다면 병아리 눈꼽 만큼은 믿어줄 의향이 있음. 그만큼 오늘은 힘든 날이었음. 2주 전에 감기로 끙끙 앓았던 게 있으니 최악은 아니지만. 아무튼 벌써 1월의 마지막. 내일부터는 2월. 만날 하는 얘기지만 시간 참 빠름.